-
한나라당은 지난 97년, 2002년 두 차례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대세론(大勢論)을 선택했다. 국회의원, 당원 할 것 없이 이미 결론이 나와 있는 후보를 추인하는 ‘들러리 경선’으로 일관했다. 완전한 국민 기만극에 국민은 흥미를 잃고 등을 돌렸으며, 그렇게 내 세운 후보가 본선에서 패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10년 전, 5년 전의 대세론의 책임에 대해 현재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친북좌파 정권 10년의 실정과 무능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4,800만 국민이 짊어졌다. 이번 대선에서 또 다시 한나라당이 패배한다면 이는 역사와 수평적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다.
2007년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일방적인 대세론으로 흐를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다. 당심(黨心)이 앞서는 후보가 민심에 밀리고 민심이 앞서는 후보가 당심에 뒤진다는 경선 판세분석이 경선결과를 점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현재의 균형추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과연 대세론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움직임은 없는가. 국회의원들과 원외 위원장들에게 “우리 편에 서지 않으면 다음 공천은 없다!”고 말하는 캠프의 실세는 없는가. “아무개가 대통령이 된다면 장관직을 보장 받는다”고 떠들고 다니는 얼치기 정치인은 없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를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진영이 줄을 세우고, 힘없는 정치인들이 줄을 서는 행위는 대선필패로 가는 전주곡이 될 수 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양 후보 선거대책본부 소속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회로 귀환(歸還)해서 본연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란 과연 어떤 후보일까. 그것은 10명이 넘는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여 단합해서 공격해도 견딜 수 있는 ‘흠이 없는 깨끗한 후보’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보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과 심판을 배제한 선거라면 여론조사로 대체해도 되지 않는가.
둘째, 우파적 가치관에 투철한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5월 15일 취임한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좌파의 지적(知的) 헤게모니에 맞서 우파의 전통적 가치를 과감히 주장해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국민들에게 우파 집권의 시대적 당위성과 논리를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후보의 정치철학과 살아온 길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강재섭 대표가 대선주자들과 정립(鼎立)해서 당의 3각축을 형성해야 한다. 강대표는 후보 진영으로 쏠려있는 원심력 보다 당의 구심력을 회복시켜 강력한 지도력으로 경선 이후의 당의 분열방지와 화합의 기틀을 닦아야 한다. 후보 진영도 대선 판도를 결정하는 것은 경선 이후 한나라당의 ‘화학적 복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권력은 승자의 독식이 아니라 공유라는 가치관을 견지해야 한다.
넷째, 한나라당 당원들은 더욱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사람은 역경(逆境)에서는 단련되고 순경(順境)에서는 타락한다”는 말이 있다. 한나라당 당원들은 연말 대선까지 예상되는 집권 측의 파상적 공세에 견딜 수 있는 단합심과 불굴의 의지를 가져야 된다.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 여당이 다 된 것처럼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비춰지지 않도록 노심초사(勞心焦思)해야 한다.
다섯째, 후보 대세론(大勢論)을 막아야 한다. 정당정치의 원칙은 당원이 후보를 책임지고 뽑고, 국민이 그 후보를 판단하고 선택 하는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예상되는 대세론(大勢論)에서 탈피해서 국민의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난다면 국민적 흥행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국민적 지지도는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며 영원불멸(永遠不滅)이 아니다. 7개월 후 국민의 민심을 과연 오늘의 잣대로 재단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이 대선 3연패의 기록을 세우지 않기 위해서는 대세론(大勢論)과 줄 세우기, 줄서기를 중단해야 한다. 그 길만이 좌파정권 종식과 대선 승리로 가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