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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룰 문제를 둘러싸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진영의 행사에 참석해 이 전 시장과 한자리에 앉아 갖가지 해석을 낳았다.
강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주최한 '사단법인 설립 기념 토론회' 행사에 이 전 시장과 나란히 참석해 축사를 해 주목을 끌었다. 이날 강 대표가 주목을 끈 이유는 행사를 주최한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친이명박계인 박찬숙· 이재웅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명실상부한 이명박 진영의 단체라고 분석되기 때문.
이날 행사에는 박찬숙· 이재웅 의원 뿐 아니라 이명박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 캠프선대위원장 내정자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이성권 심재철 안경률 의원 등 이명박계 의원들이 총 출동해 캠프 행사를 방불케 했다.
이런 행사에 최근 경선 룰을 놓고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벌이는 신경전의 중간에 서 있는 강 대표가 참석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갖은 해석을 내 놓았다. 특히 지난 4자 회동 이후 박 전 대표측에서 강 대표가 내놓을 '중재안'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만남이 이뤄져 이 전 시장과 강 대표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강 대표는 이 전 시장 옆에 앉아 행사 초반부터 귓속말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축사에서 이 전 시장을 언급하며 "바쁜 와중에도 이 자리에 이 전 시장이 온 데 감사한다"며 "올 한해 이 전 시장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 묘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이 전 시장도 "당이 어려울 때 강 대표께서 직접 와서 축하해 주셨다"며 화답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강 대표측은 경선룰과 관련해서는 손사래를 치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여러 차례 요청이 있어 강 대표가 단순히 축하 차원에서 간 것"이라고 말했다.이명박 "국민들에게 싸우는 것처럼 보이니까 얘기 않겠다. 이틀 동안 안 보일 것"
다만 이 전 시장은 경선룰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들에게 싸우는 것처럼 보이니까 얘기 않겠다"고 말한 뒤 "이틀 동안 안 보일 것"이라고 짧게 답해 강 대표의 중재안에 기대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틀 동안 안 보일 것'이란 말은 강 대표가 중재안을 내놓을 때까지 박 전 대표측과 충돌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강 대표의 중재안에 기대를 하고 기다리겠다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 강 대표는 "(중재안에 대해) 생각할 여가가 없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이 전 시장쪽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그런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치뤄졌다. 사회를 맡은 임해규 의원은 참석자들을 소개하던 중 진수희 의원을 두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의원"이라고 농담을 했다. 이에 '공개적으로 스캔들 만드느냐'는 목소리가 장내에서 나와 일순간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또 임 의원은 국가발전전략연구회 공동대표인 이재웅 의원이 인사말을 할 순서에 강 대표의 축사를 듣자고 진행해 해프닝을 낳았다. 이 의원은 "강 대표가 참석하니 나는 보이지 않나 보다"라고 말하자 강 대표는 "이 전 시장이 있을때면 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응수해 또 한번 장내에 웃음이 돌았다.
이 의원은 인사말에서 "'격동의 한반도를 이끌어 나갈 선장은 누구여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감히 드라마 영웅시대에 나왔던 탤런트 유동근씨라고 답하겠다"고 운을 뗀 뒤 "나이 50이 다 된 유씨가 20대 청년연기하는 것을 봤다. 드라마 속 20대 청년 유씨는 고문을 받고 감방에서 울었다. 그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드라마 속 20대 청년 유씨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많은 지도자가 있지만 격동의 한반도를 이끌어 갈 사람은 과거 격동을 헤쳐 나간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우회적으로 이 전 시장을 추켜세워 이날 행사가 이명박 진영의 행사임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의원 명단: 강재섭 박희태 이재오 이방호 이병석 심재철 안경률 나경원 공성진 정종복 차명진 이성권 유기준 박재완 이군현 진수희 박찬숙 이재웅 김영숙 김기현 배일도 김영수 고진화 주호영 박계동 이계경 임해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