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상황이 심각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두 대선주자를 한 자리에 불러 4·25보궐선거 참패 후폭풍을 수습하려던 강재섭 대표는 다시 위기에 섰다. 두 대선주자를 만나게 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지금껏 두 대선주자의 신경전은 측근들간의 공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박근혜 이명박 두 주자가 정면충돌했다. 4일 이뤄진 70분간의 회동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두 사람은 이날 과거 상대진영의 측근들이 했던 과격한 발언까지 서슴없이 꺼내 서로를 공격했다. 

    5일 일부 언론에 소개된 두 사람의 비공개 회동 당시 발언 내용을 보면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의원(박 전 대표 진영의 유승민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한반도 대운하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하더라. 열린우리당 의원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충격받았다" "'군대라도 동원해 수도 이전 막겠다'고 했다는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고발하자는 캠프 내 의견도 내가 직접 수습했다"는 등을 쏟았다.

    '경선룰'로 포문을 연 박 전 대표도 "예전에 (이 전 시장은) '여자는 애를 낳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어떤 의원(이 전 시장 진영의 진수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면 당이 망한다'고 하던데 그건 네거티브 아니냐"고 했다. 이날 두 대선주자의 비공개 회의 발언 내용을 접한 당 관계자는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버렸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했다.

    '경선룰'을 보는 두 대선주자의 시각은 매우 크다. 강 대표가 중재안을 준비중이지만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강재섭 중재안'이 합의될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박 전 대표 진영의 한 초선 의원은 "이제 (경선룰은)더 할 얘기도 없다"고 말했다.

    5일 한나라당은 논평하나 내지 않았다. 하루종일 대변인의 현안 브리핑도 없었다. 어린이 날임에도 불구하고 강 대표를 비롯한 고위 당직자들은 공식 일정을 잡지않았고 언론 노출을 피했다. 당 홈페이지에 매일 한건 이상씩 게재됐던 소속 의원들의 글도 이날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