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4일자 중앙일보 1면에 실린 글로, 25년째 경찰 공무원으로 근무중인 원유석(49) 경위가 13일 이 신문에 보낸 '세 자녀 중 두 명을 특목고에 보낸 말단 공무원이 대통령께 드리는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원 경위 글의 요약="대통령님, 솔직히 말단인 제 월급으로는 벅차게 살아왔습니다. 애들 학원비로 지출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지난달 과학고에 합격한 아들을 데리고 선영에 갔습니다. 자식을 대학에 못 보낸 한을 품고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못다한 소원을 손자가 이루려 합니다.

    우리 교육은 이제 정말 달라져야 나라가 삽니다.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3불정책은 불합리한 정책입니다. 기여입학제는 있는 집 자식이라고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을 무턱대고 입학시키자는 것이 아닙니다. 또 어느 학교나 똑같다고 주장하면 지금 세상에서는 바보가 됩니다. 그 차이만 인정해주면 됩니다.

    수능에서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립니다. 학생들 표현을 빌리면 천당과 지옥입니다. 수능에서 좀 실수했어도 실력대로 시험을 치러 떨어지면 원이 없겠는데 이마저 본고사가 없으니 방법이 없습니다. 3년을 공부밖에 모르고 살아온 불쌍한 우리 자식들은 여기서 좌절합니다. 3불정책과 평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난한 집의 공부 잘하는 자식'입니다.

    이들이야말로 '가문의 영광'을 재현해야 할 가장 절박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공정하고 정당한 경쟁의 원칙이 사라진 제도하에서 이들이 가장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사랑하는 대통령님. 교육의 원칙은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는 것입니다. 불합리한 제도가 계속된다면 이 땅의 수많은 미래의 빌 게이츠가 꿈을 잃고 스러져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