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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보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당원들과의 접촉은 물론 각계각층과 직접 얼굴을 맞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정책 구상을 현장에서 직접 내놓기도 한다. 스스로도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야만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박 전 대표는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대낄수록 자신감도 배가되는 모습이다.
11일 종합주가지수 1500포인트 기록에 맞춰 증권가를 찾은 박 전 대표는 “제대로 된 리더십만 발휘한다면 주가 3000포인트 시대를 열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업협회에서 가진 증권사 지점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22명의 증권사 지점장이 모인 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올해 상반기 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자통법은 증권·선물·자산운용·신탁업 등을 총괄하는 ‘금융투자회사’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재정경제부가 추진 중인 법안이다. 그러나 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은행권은 반대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활성화되고 있지만 미국·영국·일본에 비하면 규모가 아직도 영세하다”며 “금융 산업이 발전하면 경제를 이끌어나갈 힘을 얻고 젊은 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줄푸세 운동’(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를 세우자)으로 ‘주가 3000포인트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면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작은 정부, 큰 시장’ 철학을 바탕으로 규제를 풀고 감세정책을 지속적으로 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한다면 매년 7%의 경제성장으로 일자리 300만개를 만들고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에 5년 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먹고 살 성장 동력은 교육과 과학기술, 서비스 산업에 있다”며 “금융 산업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서비스 산업이기에 성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증권 시장 발전 방향을 모색하려고 마련된 자리였지만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금융 산업 분야에만 치우쳐 있지 않았다.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와 자리를 함께 한 만큼 세금부담 문제에서부터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세금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에 박 전 대표는 “감세 정책으로 기업이 투자할 여력을 더 갖게 하고 일반 소비자들이 더 소비할 수 있도록 하면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며 “많은 투자로 일자리가 생기고 국민들의 소득이 더 많아지면 세수도 증대돼 정부도 손해 볼 게 없다. 감세 정책을 펴겠다”고 답했다.
자녀 사교육비 고민에는 “공교육을 정상화 시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조기 유학을 보내야 하는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며 “교육 부분에 더 많은 지원은 하면서도 더 많은 자율도 줘야 한다. 사교육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어 교육은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를 낳으면 걱정없이 키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말에 “꼭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소리 없이 다가오는 큰 재앙”이라며 “저출산 문제는 비용을 더 대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고 했다.증권사 지점장 사이에 벌어진 '박근혜 투자 유치전'
증권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인 11일 '증권사 지점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간담회' 현장.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업협회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는 박 전 대표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조용한 전쟁’이 벌어졌다.
운은 이기동 현대증권 개포 지점장이 뗐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증권회사에 계좌를 갖고 있느냐. 없으면 현대증권에 개설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박 전 대표를 가볍게 '공략'했다.
그러나 ‘실적’은 대우증권이 챙겼다. 간담회 말미에 발언 시간을 요청한 김성묵 대우증권 개포 지점장은 “박 전 대표가 증권업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 오늘로 팬이 됐다”며 “박 전 대표가 말한 주가 3000포인트 시대의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펀드를 개설해 드리겠다”고 말한 뒤 박 전 대표 앞에 계약서를 내밀었다.
‘얼떨결에’ 대우증권과의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백만장자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박 전 대표를 바라보던 우리투자증권의 한 지점장은 “자본·자산 관리는 우리투자증권이 더 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펀드 가입에 성공한 대우증권측은 “일명 ‘박근혜 펀드’로 불려지길 원한다”며 “이를 계기로 시장의 안정성과 간접투자시장 활성화, 자본시장 전반의 발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