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7일 사설 'DJ 정치 개입 위험수위 넘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가을 전남도청 방명록에 '무호남 무국가'(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를 쓰며 호남 결집을 종용하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현실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정치와 정책에 대해 충고와 조언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선 출마 희망자들을 자기 앞에 줄 세우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움직이고, 현실정치에 직접 개입하려 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범여권 통합의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단일 정당이 어려우면 단일 후보를 내면 된다"며 "그래서 정권 교체를 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단일 당을 만들면 된다"고 했다. 이번 보선에 아들인 김홍업씨의 출마를 도와주더니, 자신의 뜻대로 민주당을 움직이기 위해 당 대표로 특정후보를 밀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전직 대통령이 정치 현안에 대해 '감 놔라, 대추 놔라'하는 식으로 간여하는 것은 정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를 왜곡시킬 뿐이다.

    김 전 대통령이 새만금사업 현장을 찾은 것도 탐탁하지 않다. 새만금사업은 15년에 걸쳐 2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전형적 '정치성 사업'이었다. 경제성도 별로 없고 환경 파괴도 적지 않은 사업을 오로지 호남 배려 차원에서 DJ가 밀어붙여 성사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반성은커녕 "현장에 와보니 가슴이 벅차고 감개무량하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호남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 회복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비친다. 이를 바탕으로 대선 후보들이 '햇볕정책 승계'를 맹세하도록 하는 것이 DJ의 궁극적 목표처럼 보인다. 자신의 영향력을 위해 이렇게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언제까지 끌고 가려하는가.

    전직 대통령은 국가의 원로답게 처신해야 한다. 장남에 이어 차남을 국회의원으로 내세우고, 자신의 구미에 맞는 사람을 범여권 대선 후보로 만들고, 가신들을 내년 총선에 출마시켜 당선시키겠다는 것은 개인적 욕심일 뿐이다. 거듭 자제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