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정두언 두 사람은 서울대 상대 76학번으로 대학 동기다. 두 사람 모두가 한나라당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대선 전략을 수립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 사람은 언론의 조명을 가장 많이 받는 양대 캠프의 야전 특공사령관 격이다. 경선 시기나 경선방식, 후보검증 문제에 대해서 두 사람은 첨예하게 대립하며 자기 주군의 경선통과를 위해 생명(?)을 걸다시피 사투하고 있다. 거기까지는 매우 아름답다. 그러나 박·이 캠프 때문에 유승민과 정두언의 30년 우정이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유승민은 비교적 순수정치 지향형이며, 정두언은 전략정치 지향형이다. 두 사람이 보는 정치지형이 판이하고, 정치공학적인 지향점도 판이하다. 유승민은 이지적이며, 정두언은 맹장과도 같은 공격형이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을까. 먼저 선제공격을 한 유승민의 포고문은 바로 후보검증하자는 내용이었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명박 전 시장 측 정두언은 후보검증을 회피하는 듯 한 인상을 물씬 풍기며 ‘웬 후보검증’하면서 쌍심지를 켰었다. 의례히 후보는 검증되기 마련이고, 그래서 빠른 시일 안에 검증을 함으로서 대선 막바지에 상대 여권과 집권세력으로부터 급작스러운 검증포화에 눌려 산화할 수 있는 불행을 미리 막아보자는 게 유승민의 주장이다. 전례를 보아 유승민의 말이 백번 옳다.

    그러나 버티기 명수인 정두언에게는 이 말이 통할 리 없다. 정두언은 이명박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면, 아마도 한국에 살맛이 안 날지 모른다. 지금 이명박 주변은 대통령이 100%된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의 여론지지율을 맹신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그러니 ‘이명박도 끄떡없고, 국민도 끄떡없다’는 거만한 말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을 정도이니까.

    결국 정두언은 지난 25일 보도 자료를 통해서 “이 전 시장의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면서 같이 시작된 것이 소위 이명박 네거티브”라고 강변하고 “이런 네거티브의 기저에는 ‘이명박은 결국 한 방이면 날라간다’는 허무맹랑한 가설이 깔려있다”고 불만스럽게 자기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달콤한 권력을 향한 한국정치의 짙은 암영이 곁들인 이 시기에 정치인들이 듣기 민망한 말들을 함부로 쏟아내고 있다. 정두언도 예외 없이 “재미있는 것은 지금까지 한방이 아니라 수십 방이 쏟아졌는데도 이 전 시장만 끄떡없는 게 아니라 국민도 끄떡없다”고 오만한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정두언의 말은 벌써 권력이라도 장악해서 대한민국 권력의 제2인자가 된 듯 한 말투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으로 무소불위한 거센 권력이 토해내는 함성과도 같다. ‘국민도 끄떡없다’고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정두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대세론주자 최측근으로 부름을 받아 오늘에 이르렀으면, 국민을 하늘같이 받들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 텐데, ‘국민도 끄떡없다’는 매우 오만한 말을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할 정도니, 이 나라 대통령 선거는 참으로 정치 공학적이고, 메마르기만 하여 정치인의 방자한 소리 듣는 국민들 고통스럽기만 하다.

    더욱이 정두언은 격앙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민망스럽게도 한나라당 내에서도 한 방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K, Y, C, L 의원과 L 전 의원이 그들이다”면서 “이들은 오래 전부터 한 방의 소문을 여기저기 내고 다녔고 이제는 단순히 기다리는 차원을 넘어 굴뚝같이 믿고 있는 데 이런 현상은 자기최면 또는 자기세뇌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박 전 대표의 캠프를 향해 위협적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했다. 정두언의 단두대에 올라간 K, Y, C, L 의원 및 L 전 의원은 오늘부터 정두언 무서워(?) 잠 못 이룰까봐 보도 자료를 보는 국민들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직접 한나라당내 동료 국회의원들까지 거명하면서 공개적으로 ‘한 방’론을 편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이명박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정두언에 의해 거명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공천은 고사하고 혼쭐이 날것이라는 추측이 정두언의 말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못 안쓰러워진다.

    항간에는 정두언에게 잘못보이면, 한방에 간다는 말이 바로 정두언의 보도 자료를 통하여 동료의원들의 이름을(물론 이니셜이지만) 거명했다는 사실로부터 급속히 확산되어 가는 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권력이 무엇 이길래, 30년간 쌓아 올려왔던 유승민과 정두언의 깊은 우정이 2007년 대선 때문에 무너져야 하는가? 또 이런 광경을 꼭 우리 국민들이 목도해야 할 운명인지 참으로 야속한 정치현상이기도 하다. 정두언이 무엇 이길래, 과연 그토록 유능하고, 그토록 파워풀하며, 그토록 무서운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있는가? 정두언을 봐서는 필히 이명박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유승민을 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30년 우정인 정두언으로부터 유승민의 안전이 보존될 테니까…

    후보검증을 하자고 했으면, 30년 친구 두 분이 만나서 서로 논의하고 ‘어차피 해야 할 검증이니 하자’고 했다면 간단한 일이었을 텐데, 이토록 일이 꼬이게 만드는 배후에는 고도의 정두언 식 정치 전략적 사고가 짙게 깔려있다고들 한다. 날선 섬뜩한 보도 자료를 통하여 30년 우정인 유승민을 공격하는 정두언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권력에는 우정도, 형제도, 부모도 없다는 역사적 권력투쟁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확대되어 시야에 들어온다.

    지배를 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곧 권력의지로 포만 되게 되고, 일단 권력을 잡게 되면 평생 권력 속에 있으리라고 착각하는 몹쓸 인간들의 지배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한 토막 이야기가 곧 2007 대선 때문에 유승민과 정두언의 30년 우정이 일순간에 무너져 버린 대한민국 정치 우화(偶話) 속에 포함되어 있으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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