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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잘 생기고 볼 일이야, 쳇~”
12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전국여성당원대회에서 정동영 전 의장이 여성 당원들로부터 핸드폰카메라 세례를 받자, 한 의원의 보좌관이 던진 말이다. 이 보좌관은 현재 범여권의 차기대선주자군에 포함돼 있는 의원을 ‘모시고’(?) 있는 중이다.
정 전 의장이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일부 여성 당원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정 전 의장에게 앞다퉈 악수를 청했다. 정 전 의장이 행사장 주변을 돌며 인사를 하는 순간에도 여기저기서 핸드폰을 꺼내든 여성 당원들의 사진찍기가 계속됐으며, “어머 잘 생겼다”는 말들이 끊이질 않았다.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정 전 의장은 이날 당 전국여성당원대회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정 전 의장은 마치 ‘여심(女心)잡기’에라도 나선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축사를 하기위해 단상에 오르자마자 여성 당원들을 향해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정 전 의장은 “저희 집 가훈이 ‘여자 말을 잘 듣자’”라면서 “어머니 말을 잘 들었을 때 집안이 편해지고 아내 말을 잘 들었을 때 집안이 흥한다. 여성의 말을 잘 듣고 가면 통합신당도 잘 되고 대선승리도 된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박수 세례가 끊이질 않았다.
정 전 의장은 이어 ‘쫘악 깔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를 즉석에서 읊으면서 여성 당원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어놨다. 정 전 의장은 “‘이미 판이 다 끝났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믿고 오만무도해진 세력이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겨냥한 뒤 “그들을 부끄럽게 만들어주기 위해 오늘 이 자리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절망의 벽을 허물어 낼 때 희망은 다가온다”면서 당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김근태 전 의장도 ‘여심’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여성 당원)모두가 소서노(방송드라마 ‘주몽’의 여주인공)가 돼서 주몽과 함께 손을 잡으면 반드시 한나라당쯤은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로부터 주몽의 ‘머리띠’와 ‘진검(강철검)’을 선물받았었다. 김 전 의장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은 냉전수구, 낡은 세력, 부동산 투기 방조세력, 양극화 조장, 국민 분열․갈등을 만드는 분열세력이다. 부자 비호하고 서민생각은 없는 낡은 정치세력”이라며 한나라당을 힐난했다.
정 전 의장과 김 전 의장은 당내 최대 계보를 이끌고 있는 범여권내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들이다.
이에 앞서 당 전국여성위원장인 김영주 의원은 대회사를 통해 “세상의 반은 여성이고 반은 남성이다. 반인 남성도 어머니 손에 길러지지 않느냐. 따라서 이 세상 모든 것은 우리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면서 “바로 우리 여성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여성의 힘으로 대통합신당을 이뤄낼 수 있다. 평화개혁세력의 대선승리를 이뤄낼 수 있다. 함께 해 달라”고 했다.
열린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이날 여성당원대회에서 “미래지향적 국민통합, 비전과 노선 중심의 통합, 기득권 포기를 통한 분열없는 통합으로 민주개혁진영의 대통합신당 건설에 앞장 설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또 “이제 여성이 움직여야 한다. 여성의 힘으로 수구보수세력을 누르고 모두 함께 잘사는 민주, 평화의 새 세상을 만들어가자”고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세균 의장을 비롯해 장영달 원내대표, 김혁규․문희상 의원 등 소속 의원 30여명과 여성 당원 2000여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