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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흔드는 '외풍'이 강해지고 있다. 손 전 지사는 “내가 걸어온 길을 보라”며 탈당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그의 앞에 놓은 길은 가시밭길이다.
9일 당 경선준비기구 ‘국민승리위원회’는 경선룰 합의안 도출에 실패, ‘7월말-20만명’ ‘9월초 23만명’ 두 가지 안을 최고위원회에 넘기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9월-50만명’을 요구해 왔던 손 전 지사 측에서는 당장 국민승리위가 제시한 두 가지 안 모두 “받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 나왔다.
공은 일단 최고위로 넘어갔지만 갈등의 불씨는 더 커지는 모습이다. 마치 ‘짠 듯이’ 투표한 국민승리위원들이 5대5로 정확히 갈린 것을 두고 위원들 사이에서도 “특정주자의 손을 들어준 것 같아 찜찜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경선시기만을 놓고 봤을 때 대선후보들의 입장은 7월(이명박측)보다 9월(박근혜·손학규·원희룡)이 많았는데 막판에 뒤집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도 “특정주자의 아주 특별한 안에 동의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선룰을 결정하는 구성원을 둘러싼 ‘줄서기’ 논란은 최고위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는 이미 공개적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좌장역할을 맡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겨냥해 “특정 캠프의 특정 최고위원은 당원과 국민 앞에 사과하고 특정주자 참모장 역할을 하든지 최고위원을 하든지 거취를 분명히 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최고위에서 어떤 식으로든 경선룰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특정주자용’이라는 손 전 지사측의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재섭 대표는 경선룰에 대한 대선주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행대로(6월-4만명)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6월 경선 불참’을 선언한 손 전 지사로서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셈이다. 손 전 지사 캠프에도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캠프 내 팽팽하던 ‘강경파(탈당 불사)’와 ‘온건파’의 대립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일단 '탈당'보다는 '경선불참'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명분은 살려주고 손 전 지사는 죽으라는 것 아니냐”며 “최고위에 못 받겠다고 통보한 뒤 다시 조율하자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재논의가 안된다면 최악의 상황까지 검토될 것”이라며 “손 전 지사로서는 현재의 정치현실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탈당까지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손 전 지사측은 주말동안 국민승리위가 제시한 두 가지안에 대해 내부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의 ‘손학규 흔들기’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의 한 의원은 9일 일부 기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게 고민하는 햄릿이라고 하는데 진짜 고민하는 햄릿은 한나라당에 있다”며 “실력이나 중도개혁마인드 등 품종은 좋은데 한나라당 풍토에는 맞지 않으니 고민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고 손 전 지사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토양이 맞아야지 척박한 땅에서는 영원한 햄릿으로 밖에 남을 수 없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