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썰렁 유머의 대가’로 정평이 나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개그 실력이 나날이 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시안, 한나라당 국민승리위원회의 경선룰 권고안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 전 대표의 농담으로 기자들이 배꼽을 잡았다. 


    1박 2일 일정으로 전북·충남지역에서 ‘민심·당심잡기’ 정책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의 요청에 의해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충남 공주 백제체육관에서 가졌다. ‘자율방범대 범죄예방결의대회’에서 축사를 한 후 임시로 마련된 기자실을 찾은 박 전 대표는 빡빡한 일정으로 기자간담회 시간이 10여분 밖에 주어지지 않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숨 가쁘게 답변해야 했다. 

    짧은 기자간담회 말미에 호남 사투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박 전 대표는 “우리나라 사투리, 방언은 살갑고 감칠맛이 난다”며 ‘사투리 예찬론’을 편 뒤 기자들에게 ‘돌발 퀴즈’를 하나 냈다. “못 맞출 것 같은데…”라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띤 박 전 대표는 “‘쇳대도 긴데’ 이게 무슨 말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애석하게도 이 자리에 ‘쇳대도 긴데’라는 호남 사투리를 이해한 기자는 없었다. 박 전 대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투리에서 나오는 농담이다. 군대에서 암호가 ‘열쇠’였는데 한 군인이 이것을 사투리인 ‘쇳대’로 기억했다. 암호를 대라는 말에 이 군인은 ‘쇳대’라고 그랬고 결국 총에 맞아 죽었다. 그 군인이 죽으면서 한 말이 ‘쇳대도 긴데’(‘쇳대’도 맞는데)였다”

    호남 사투리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는 박 전 대표는 그 대표적이 사투리로 “어째야 쓰까 잉”을 꼽으며 “얼마나 상대를 안쓰러워하고 배려하는 표현이냐. 표준말로 ‘안됐다, 어쩌냐’고 하면 느낌이 묻어나지 않는데 사투리에서는 느껴지는 게 있다”고 말한 뒤 기자들을 바라보며 동의를 구했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침묵으로 일관하는 기자들에게 박 전 대표가 “잘 모르시나요?”라면 던진 말은 “어째야 쓰까 잉”. 얌전한 ‘공주 이미지’의 박 전 대표 입에서 나온 ‘뜻밖의 사투리’에 딱딱한 기자간담회장은 웃음바다가 됐다.[=공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