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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빈둥'이라는 돌출발언이 정치권에서 예상밖의 파장을 불러오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치권에 진의와 달리 전달되고 확대해석되는 것에 답답함도 감추지 못했다. 이 전 시장은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 사람들이 서로 인정하고 존경해야한다"며 "모두 국가발전에 없어선 안될 귀한 세대"라고 오해를 막기위해 노력했다.
이 전 시장의 문제가 된 발언은 2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바른정책연구원 주최 조찬세미나에서 "요즘 70, 80년대 산업시대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이 그때 뭐했느냐면 빈둥빈둥 놀고 있었던 사람" "혜택을 입은 사람이 비난하는데 그들은 자격이 없다"는 것.
그러나 발언당시 현장에 있었던 참석자들이나 이 전 시장측 관계자는 정치권의 확대해석에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이 전 시장의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 터져나오면서 사태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
이날 오전 이 전 시장의 발언은 '토목전문가 이미지가 강한데 문화적 소양도 밝혀달라'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전 시장역시 "해명의 기회를 주려 선의의 질문을 한 것 같다"며 가볍게 출발했다. 이 전 시장은 문화정책에 대한 입장을 설명한 뒤, '토목전문가'라는 대목을 설명하며 "토목기술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불똥이 튀었다. 이 전 시장은 "국민소득 5만불, 10만불이 되더라도 국가는 시대에 맞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평소 지론을 강조하면서 문제가 된 발언이 나오게 됐다.
행사장 현장에서는 '산업시대를 비난하는 사람은 그때 빈둥빈둥 놀고 있었다'는 뜻은 '산업화시대를 겪어보지도 않은 세대가 남의 분야를 존중하지 않고 무작정 비난하는 분위기'를 지적하는 의미로 순수히 받아들어졌고, '혜택을 받은 사람'의 '혜택'은 '산업화 이후 발생한 혜택'이며 특정인의 특수한 상황을 빗댄 것으로 오해살 분위기도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의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도 재각각이었다. 열린우리당 이규의 부대변인은 "최근 자신에 관한 검증론 공방과 관련한 말"이라며 이 전 시장의 발언이 마치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저임금과 가혹한 노동환경 속에서 묵묵히 이 나라의 발전을 이끌어온 모든 노동자와 일하는 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또다른 분석을 내놓으며 비난에 열을 올렸다.
당내 경쟁자인 손 전 지사측은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 이 전 시장 진영을 더욱 당혹케했다. 손 전 지사측은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르겠으나 민주화 세력을 이야기한다면 독재 시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민주화 세력 전체에 대한 모독한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발 더 나아가 "지도자 철학의 빈곤"이라며 강도높은 비난도 가했다.
상황전개가 의외로 흘러가자 현장에서 취재했던 기자 역시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기사를 전한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속뜻과 전혀 다른 해석이 곳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검증공방과 관련한 발언'이라는 열린당의 논평에는 실소조차 터져 나왔다.
오히려 "그 시절 산업화세력은 산업화 세력대로, 민주화 세력은 민주화 세력대로의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며 원칙적인 반응을 보인 박근혜 전 대표측의 균형감각이 돋보이기도 했다. 원래의 뜻을 확인하지 못한 채 '무대뽀'식 대응을 하는 것보다 차분히 내용을 확인중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래저래 엉뚱하게도 '사고를 친 장본인'이 되어버린 이 전 시장도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두드렸다. 잘못 전달된 말 한마디 때문에 이날 발언 이후 두개의 행사장에서 수차례 해명아닌 해명을 해야했다.
이 전 시장측 핵심관계자는 "특정인이나 특정세력등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다"며 "우리 사회에는 남의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부정적인 문화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말이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서로를 존중하고 남을 아끼며 힘을 모아서 선진사회로 나가자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특히 "더욱이 민주화운동을 했고 감옥에도 갔다온 적이 있는 이 전 시장이 민주화 세력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더더욱 아니다"며 손사래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