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잖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들러리는 서지 않겠다”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불참을 시사한 데 이어 당내 후보검증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당내 경쟁자를 향해 쏟아내는 손 전 지사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다.

    손 전 지사의 날선 공격의 중심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서 있다. 한나라당의 변화를 촉구하던 손 전 지사의 ‘쓴소리’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으로 그 범위가 좁혀지더니 이제 그 사정거리 안에 이 전 시장만 있는 듯하다. ‘경선 불참’ 카드로 경선룰 변경을 압박하는 동시에 ‘이명박 때리기’로 현재의 양강 구도를 흔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는 27일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전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내야 한다”며 “주요 언론들은 선거법 위반 처리 과정에서 사람을 빼돌리는 게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는 왜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사이에 벌어지던 검증 공방에 한발 물러서 있던 그간 행보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이 전 시장의 도덕성에 의문을 표시한 것이다.

    손 전 지사측은 이 전 시장의 ‘빈둥빈둥 놀던 사람’ 발언에도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70,80년대 산업시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때 빈둥빈둥 놀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이 전 시장의 발언이 70,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매진했던 손 전 지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수원 공보특보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70,80년대 빈둥빈둥 놀던 사람이라는 게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르겠으나 민주화 세력을 이야기한다면 독재 시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민주화 세력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번 발언은 ‘애 낳아봐야 보육 말할 자격이 있다’는 발언 2탄”이라며 “70,80년대 민주화 세력을 모독한 것은 지도자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과거 산업화가 국가 발전을 이끌어 왔다고 그때 발상에서 문제를 풀어내려는 것이라면 인식과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며 ‘지도자 자질’ 문제로 확전 시킬 태세다.

    손 전 지사측은 현재의 양강 구도가 어떤 계기로든 무너져야 ‘저평가 우량주’인 손 전 지사가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가 올 것이라며 ‘때’를 기다려왔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따라서 판을 흔들 수 있는 외적 요인을 기다리지만 말고 이제부터는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 대상으로 ‘도덕적 결함’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전 시장을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한 측근은 “손 전 지사는 그동안 정치적 리더십 공방은 필요할 때가 있다고 말해 왔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21세기에 맞는 리더십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쟁을 벌여야 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지층이 겹치는 이 전 시장과의 공방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경선 불참’을 말하지만 ‘탈당’은 적극 부인하고 있는 손 전 지사가 던진 ‘반전 카드’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