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X파일’을 공개하겠다던 정인봉 변호사가 15일 기자회견을 취소하면서 한나라당은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당 차원의 검증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 검증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한나라당이 ‘후보검증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 변호사의 ‘입’ 하나에 당 전체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 변호사는 이날 당 경선준비기구 ‘2007국민승리위원회’(위워장 김수한)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라 소지한 검증자료를 국민승리위에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공식기구로부터 내 입장을 표명할 기회를 받지 못해 오늘 기자회견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오후 열리는 윤리위원회에 소환될 경우 자료를 제출한 뒤 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X파일’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윤리위 회의에서는 정 변호사 징계 건에 대한 심사 절차만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변호사도 기자회견을 포기했다.

    정 변호사는 “자료 공개 여부는 이제 경선위(국민승리위)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경선위의 검증이 너무 늦어지거나 봐주기식으로 진행된다면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3월 말까지는 (국민승리위에서) 검증할 수 있을 것을 생각한다”며 “그때까지 제대로 검증이 안되면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검증 기자회견’ 시기가 좀 더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소명을 위해 윤리위에 소환돼 윤리위원들에게도 자료를 공개하게 된다면 그 즉시 기자회견을 갖겠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주변 사람들의 견해에 따라서 경선위 검증을 기다리려 했는데 당 지도부가 윤리위에 제소했다. 이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는 것이다”며 “윤리위에서 진술한 뒤 자료를 공개해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나의 억울함을 호소하겠다. 진실을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지면 즉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리위 징계수위와 관련, “징계 대상에 오른 만큼 출당조치까지 각오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날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직도 내놓았다. 그는 “법률특보 사퇴 결정은 스스로 했다”며 “박 전 대표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쯤에서 떠나지만 박 전 대표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 남아 있기에 직책을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한 국민승리위원장 "정인봉 돌출행동 매우 유감"

    한편, 국민승리위 김수한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도 정 변호사에게 불만을 여과없이 쏟았다. 회의 시작 전 실무자에게 “정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는 어떻게 했느냐. 안전한 상태로 보관했느냐”고 물으며 시작부터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회의 시작 후 마이크를 잡은 김 위원장은 “국민들은 (검증논란에)‘또냐?’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며 “두 차례 쓰라린 체험과 굴욕적인 과거의 실패를 다시는 재연하지 않으려고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경선으로 가야한다고 믿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전투구를 하는 데 대한 원망이 있고 대단히 냉소적인 반응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간 여한 없이 활동하고 경쟁해야 하지만 (경쟁도) 절도있게 해야 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 변호사 문제는)대단히 불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증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검증의 절차와 문제제기 방법이 합리적이고 상생의 정신에 입각해야 하는데 당의 경고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돌출적 행동을 하는 것은 (자료의)내용여하를 막론하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