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의 집단탈당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과연 탈당의 음험한 뒤안길에 숨어있는 암수를 알고 있는지 묻고싶다. 연일 일간지의 지면을 채우고 있는 한나라당의 빅 쓰리의 동정기사 뒤에 숨어있는 여당 후보의 용트림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수 없다. 12월 대선은 한나라당 후보만 되면 따 놓은 당상이라는 등식이 과연 성립할까.

    이회창 후보가 대세론에 안주하다가 연거푸 실패한 것도 따지고 보면 후보 개인의 허물도 있었지만 대선주자에 기대어 쉽게 한자리 차지하려고 하는 정치인들의 과잉 충성이 빚은 참극이었다. 당보다 개인의 정치적 입지만을 생각하는 소아적인 발상이 좌파정권 10년의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에서는 5년 전, 10년 전의 ‘악몽의 시나리오’가 되살아나려고 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 사자가 토끼 한 마리를 잡기위해서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 데 하물며 정권획득을 위한 대결전을 앞두고 당내가 너무 과열되어 있어 솔직히 걱정된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은 내각책임제를 고리로 김종필과 공동정권을 출범시켰고,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은 행정수도 충청도 이전 공약으로 승기를 잡았다.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탈당파와 사수파,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이 다시 지역을 연결고리로 해서 대반전을 이루려는 ‘짜고 치는 고스톱’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좌파정권 영구집권의 길을 분쇄할 수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방식과 시기 등을 결정할 경선준비기구인 ‘2007 국민승리위원회’가 구성됐고 지난 5일 첫 모임이 열렸다. 그러나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매우 높지만 한달 안에 모든 주자가 합의할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강재섭 대표가 지난달 26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싸우다가 결론이 나지 않으면 현행대로 하겠다”는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형오 원내대표가 국회의원들의 언행조심, 대선주자돕기 자제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결국 경선과열에 따른 당의 분열예방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본다.

    차제에 각 대선주자 캠프에서도 앞 다투어 이런 주장을 천명하면 어떨까. “내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면 당권대권 분리의 당헌정신을 존중해서 일체의 당무관여를 하지 않겠다.” 나아가 “1인에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하여 한나라당 집권 시 18대 국회 초에 개헌논의를 시작하겠다.”

    결국 국회의원들의 줄서기와 줄 세우기는 18대 총선의 공천과 다음 정권에서의 논공행상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이 확실한 집권을 하는 길은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줄서기를 하는 것보다 당에 충성하면 미래가 보인다는 확신을 당원들에게 심어주는 길이다.

    아름다운 경선이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각 대선캠프에서는 후보 비서실장과 대변인, 그리고 후보 진영의 대리인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국회의원들이 말을 아끼고 자중해주길 당부하는 것이다.

    나아가 김형오 원내대표가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집권 이후의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희망 대한민국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에 대선 주자들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 주자들 간의 첨예한 정책개발 대결은 자칫 당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 정책은 당에서 만들고 후보로 선출되면 당에서 준비한 정책공약을 근간으로 후보의 비전을 가미한 대선공약을 손질하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10년 야당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길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그것은 겸손의 미덕을 배우는 것이다. 여당의 분당, 제 3의 원내교섭단체 출현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와 원내 제 1당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우선, 민생우선의 낮은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당으로의 구심력 보다는 후보로의 원심력이 크게 작용하는 본격적인 경선정국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지난달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2007년이 ‘희망 대한민국’을 여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강 대표의 정치 지도력과 당의 기강을 확립하는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