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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이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를 한나라당에서 빼내려고 끊임없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선을 불과 1년도 안 남긴 시점에서 여당발 대규모 정계 개편이 예고된 가운데 정치권에 이어 '범진보 대통합 제3정치 세력' 운운하는 좌파 지식인과 단체마저 손 전 지사에게 손을 흔드는 제스처를 취했다.
범여권에서 '제1 포섭단체'로 주목받는 좌파 시민단체 '창조한국 미래구상'의 주축 멤버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7일 강원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사람들은 손학규씨가 자기성향과 다르다고 비판하고 진보진영에서는 배반하고 보수를 택했다고 비판한다. 자기정체성에 안맞는 정당에 몸담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못받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래구상의 이번 발언은 지난달 30일 발족식에서 "한나라당 의원 중 이념이 같은 사람을 개인 자격으로 끌어 안겠다"고 말한 후 이루어진 것이라 의미심장하다. '대진보 대통합 단일후보'를 위해 활동하겠다는 '미래구상'이 손 전 지사를 지목한 것이 향후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진보지식인으로 불리는 소설가 황석영씨도 7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나라당 사람들은 서로 다른 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는 기묘한 동거를 하고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주었다. 황씨는 사회자가 손 전 지사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그를 염두에 둔 것이냐"고 묻자 "그렇게 꼭 집어서 얘기하는 것보다 그런 게 하나의 조짐이 아닌가, 이렇게 보인다"고 에둘러 말했다.
황씨는 지난달 말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현재의 대선 판도는 깨지게 마련"이라며 "정계개편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얼룩을 뒤집어쓸 사람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제3 정치세력의 총대를 메겠다'는 말까지 한 그는 손 전 지사와 친분이 있다. 비록 손 전 지사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인터뷰 전날 두 사람이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 지식인 사이에서 그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손 전 지사에 대한 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사실 범여권에서 손 전 지사에게 '러브콜'을 날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벌써 지난해 말에 “중도개혁은 민주당이 추구해 온 노선인데 손 전 지사가 이 자리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러브콜을 보냈었다. 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달 말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과 정체성이 안 맞다. 이런 보수정당과는 같이 못하겠다'고 한다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손 전 지사를 흔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아닌 좌파 지식인·시민단체마저 '손학규 끌어내기'에 가세한 점은 정치권의 관심을 끌 만 하다. 향후 범여권과 합칠 것으로 보이는 시민단체 좌파 인사들이 손 전 지사 흔들기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손 전 지사에게 범여권의 관심이 쏠려 있다는 반증이 되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지금껏 범여권의 러브콜이 올때 마다 가볍게 뿌리쳤다. 김 의원에게는 "김효석 의원이 한나라당에 와서 외연을 확대해 줘야 할것"이라고 말하는 등, 한나라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천명했다.
그는 누구보다 한나라당을 떠나면 힘들다는 것을 안다. 마지막 선택으로 범여권 통합신당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한다 해도 후보 선출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 앞으로 손 지사가 범여권의 '러브콜'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경쟁 속에서 어떤 정치적 지혜를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