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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유석춘 교수가 31일 ‘한나라당 이단아’라 불리는 고진화 의원의 탈당을 촉구하고 나서 당내 ‘보-혁 갈등’이 다시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고 의원을 “열린우리당 2중대” “적과 싸울 칼에 쓴 녹”에 비유하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장에 뛰어들어 정치를 희화화하는 행동을 멈추고 스스로 탈당하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시대착오적인 망언”이라고 탈당 요구를 일축했다.
유 교수는 이날 참정치운동본부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대선전략’ 세미나에서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보수성을 드높이 내걸어야 하며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한나라당 내부에 존재하는 열린당 2중대를 척결하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열린당 2중대’ 대표적 인물로 고 의원을 지목한 것이다.
유 교수는 “한나라당의 이념에 반하는 인물이 대통령 후보 경선의 장을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기 위한 선전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며 북한 인권문제, 신문법 개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문제 등에서 한나라당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온 고 의원의 발언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에 반하는 여러 발언들을 이어오다 급기야 북한 핵 실험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2007년 새해 첫 아침을 금강산에서 시작하며 ‘2007년 미래평화구상’을 밝혔다”며 “이 성명서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으로 대표되는 남북경협은 남북경제의 균형발전과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는 등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이라 도저히 믿기지 않는 내용들도 발견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고 의원은 대선출마 의사를 밝히기 이전에 국민들과 한나라당 당원들 앞에 먼저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며 “고 의원의 특정한 정치적 신념을 가지는 문제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지만 고 의원이 양식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맞지 않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정치를 희화화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탈당을 거듭 압박했다.
한나라당의 ‘보수 선명성’을 강조한 유 교수는 당내 소장·개혁파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그 전신 신한국당은 당에 대한 개혁요구를 386운동권 영입으로 충당해 왔다. 이들은 ‘개혁’을 말하지만 내용은 좌파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런 열린당 2중대의 존재를 중간층 잡는다는 명목으로 용인한다면 이는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우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인 보수성이 안으로부터 녹슬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적과 싸울 칼이 녹스는 것을 방치한 채 대선과 총선이라는 전투에 임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며 “전투에 나서기 전에 먼저 칼을 칼아 그 녹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당 2중대라 명명할 수밖에 없는 소리를 한나라당의 이름으로 목청껏 외치는 이들은 지금처럼 계속 방치하면 ‘친북좌파의 숙주 한나라당’이라는 이미지가 점차 강화되면서 전통적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을 자명하다”고도 했다.
고진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시대착오적 망언"
당내 대선 출마 공식 선언만을 남겨둔 고 의원은 유 교수의 탈당 요구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고 의원측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시대착오적 망언으로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라며 “한나라당을 오염시키는 것을 경계하면서 입장을 정리해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유 교수의 탈당 요구에 대한 반박 성명을 준비하고 반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친북·좌파적이라는 것을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유 본부장이 어떤 경로로 당 참정치운동본부장에 앉았는지 모르겠지만 먼저 정강정책을 읽어보고 변화를 따라잡았으면 좋겠다”고 불쾌해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당헌당규와 정강정책은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남북간 공존을 추구한다고 돼 있다”며 “최근 한나라당이 이 같은 변화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해온데 대한 비판을 한 것을 친북좌파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