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과의 ‘민생경제회담’에 유연해진 모습을 보인 한나라당이 30일 청와대와 실무접촉을 진행하는 동시에 ‘기선잡기’에 들어갔다. 민생경제회담이 열린다면 개헌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청와대의 개헌 작업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개헌이 포함된 회담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강재섭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청와대에서 개헌도 민생이니까 같이 얘기하자고 나오는데 내가 쩨쩨하게 개헌은 한 마디도 못한다고 할 생각은 없다”며 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민생경제 회담이 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정략적 개헌 발의는 단호히 거부하겠다” “개헌은 고도의 정치행위” 등 비판을 쏟아내며 강 대표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대책회의에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 문제로 나라를 어수선하게 만들어선 안된다”며 “일부 공무원들을 정치적 중립을 포기시켜 가면서까지 ‘개헌 전위부대’로 나서게 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청와대가 개헌도 민생이라는, 지나가는 소도 웃을 얘기를 하고 있다”며 “개헌도 민생이라는 말 자체가 개헌이 얼마나 정략적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국민 합의 없는 정략적 개헌 발의를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정부 내에 개헌 취지 실무기구인 ‘헌법개정추진지원단’(가칭)이 구체화됐다. 한명숙 국무총리를 정점으로 해서 국정홍보처장까지 참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이런 구성을 보면 (개헌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국민들에게 홍보처가 총력을 다해 개헌을 설득하고 홍보한다는 취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개헌발의안 제출 후에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을 보면 정치권 설득과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며 “개헌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공무원을 개헌 설득에 몰아붙여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홍보처나 총리실의 개헌 작업 개입을 즉각 중단해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나경원 대변인은 국회브리핑에서 “정부가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을 만들어 개헌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중립의무 위반”이라며 “개헌지원단이 아니라 대선지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론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총리가 지원기구를 만들어 활동을 개시한 것은 국민과 야당을 우습게 아는 비민주적인 처사”라며 “열린당에 설치된 개헌특위와 짝짜꿍해서 대선 판도를 흔들고 선거에 본격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국무조정실이 나서서 국회의원들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다. 집권당의 사전 선거운동원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라며 “헌법과 법률을 훼손하는 지원단 활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한 총리는 총리직을 사임하고 열린당으로 복귀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