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5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하여 한나라당 유력 대선 예비후보이자, 대세론적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하듯 ‘실물 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깎아 내리는 발언을 해서 노 대통령의 경제관련 발언이 정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의외의 발언을 자주하는 노 대통령이지만, 이번 노 대통령의 ‘실물 경제’ 발언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어야 할 대통령의 위치를 벗어나 폭발적인 언어로서 현실정치에 개입하는 특이한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대세론의 중심에 서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했다면, 이 경우 행여나 이 전 시장이 차기대통령이라도 된다면, 그 다음에 노 대통령에게 불어 닥칠 수 있는 엄청난 정치적 응보(?)도 감히 감수하겠다는 굳은 각오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배어있는 듯 한 신념적 내용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의 ‘실물 경제’ 운운 발언은 그래서 그 무엇인가 노 대통령이 치밀하게 기획하고, 결심하고, 확신하는 히든카드가 숨어있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어떤 기자가 노 대통령에게 신년기자회견에서 2007년 12월 19일 대선의 시대정신에 관련된 질문을 하자, 마치 준비라도 했듯이 즉답을 해낸 노 대통령의 코멘트였기에 노 대통령이 말한 ‘실물 경제’ 운운의 발언은 예상을 뛰어 넘는 복잡한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실물 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한다거나, 경제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라는 전제성 코멘트와 ‘전 세계의 경제를 살린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도 있다’는 노 대통령의 이번 신년발언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메가톤급 공격성 발언으로 언론들은 추정하고 있다.

    6, 70년대 젊은 나이에 현대건설사장을 지낸 ‘실물 경제통’으로 회자되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말임에 틀림없다는 것이 언론의 표현이고 보면, 앞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행보가 지극히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세계 경기가 나빴을 때, 소위 ‘레이거노믹스’라고 불리어지는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 모델을 상기시켜준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면, 어떤 의미에서 민생이 가장 어려운 이 시기에 이 전 시장이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단 한방에 날려버리려는 노골적인 태풍의 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번 노 대통령이 발(發)한 이 말이 만약 대세론적 유력주자를 향한 공격 언어라면 - 공격적 캐릭터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노 대통령과 이 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첨예한 정치 활극(活劇)은 대파란의 지평선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현존 권력을 지니고 있는 현직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이 겨냥하여 공개거명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공교롭게도 누구누구처럼 ‘자살했거나’, 또 고건 전 총리처럼 ‘도중하차’를 해야 하는 스토리가 언론을 장식한바가 있다.

    비록 임기를 1년밖에 채 남겨 놓지 못하고 지지율이 낮은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은 일견 취약하거나, 힘이 빠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옛말에 ‘서산에 지는 햇살이 더욱 뜨겁다’는 속담을 상기해 볼 때,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실물 경제’ 운운 발언은 무엇인가 ‘실패한 인사’라는 말과 함께 스스로 ‘낙마’의 길을 택하도록 간접 요인을 제공한 고건 총리에 대한 노 대통령이 포효한 분노의 시선과 유사한 언어유형이 아니었던가하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비록 짧은 임기,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닌 현존 대통령의 권한을 100% 사용하겠다는 고집스러운(?) 그의 정치전략 전술의지를 내외에 천명한 것이 바로 ‘실물 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한다거나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라는 표현에 다름 아닌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전 시장의 브랜드인 청계천 복원식에 참석하여 서로 ‘웃고, 격려’하며 ‘찬사’를 보냈고, 또한 이명박 전 시장은 ‘인간성은 이회창 씨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더 좋다’라고 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인물 인성비교를 언론에 공개 표현까지 하면서 서로 치켜 올리던 모습이 야릇한 영상처럼 지나간다.

    노 대통령의 정확한 의도를 꿰뚫어볼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노 대통령이 지닌 권한의 범위를 100%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야당 후보들과 관련한 모든 신상 정보를 가장 많이 거머쥐고 있는 쪽은 누가 뭐라고 해도 권력을 두 손에 움켜쥔 현직 대통령이다. 거기다가 고도의 정치 전략적인 사고를 하며 정계개편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그 무엇인가 거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그것이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던 간에…

    확실한 것은 이 전 시장이 스스로 추호의 약점이 없다면, 노 대통령의 ‘실물 경제’ 운운 한 발언을 쉽사리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전 시장이 스스로의 약점을 지니고 있을 경우에는 극복할 수 없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