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3일 “이념이나 정체성을 중요하지 않고 그저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라며 “경제도 정치와 안보가 튼튼해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이슈인 ‘경제’와 ‘안보’ 중 ‘안보’에 중점을 둔 이 전 총재의 발언은 평소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을 역설해 온 박근혜 전 대표의 주장과 그 맥이 닿아 있다. 상대적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권행보는 ‘경제’에 방점이 찍혀 있어 이 전 총재의 ‘안보’ 강조 발언은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주목된다.

    이 전 총재는 정계은퇴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새삼스레’ 대선불출마 선언을 해야 할 정도로 한나라당내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지녔다.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전 총재가 종국에는 당내 경선에서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중 한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대전 국악연정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린 대전자유포럼·충청발전포럼 공동 주관 초청강연에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세력, 비(非)좌파세력이 결집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선후보가 될 사람도 이번 선거의 중요성과 쟁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흔히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경제라고 하여 선거의 최대쟁점도 경제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 중에는 경제가 제일 중요한 문제고 그 밖의 문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며 “국민이 먹고 사는 경제가 중요한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경제도 정치와 안보가 튼튼해야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구나 북한 핵무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우리에게 재앙의 시대가 닥칠 때는 경제만이 아니라 나라의 근본이 무너지게 된다”며 “정치지도자는 북한 문제와 외교안보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이념과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나라당은 국민이 좌파정권의 교체를 바라는 뜻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북한체제의 뒤치다꺼리나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까지 위태롭게 할 그런 좌파정권을 더 이상 국민이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며 “한나라당은 친북·좌파적 노선을 배격하고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핵무기폐기가 우리의 절대적 과제가 된 지금에 와서도 한나라당이 어설프게 진보층의 지지를 얻겠다는 생각으로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거나 북한 체제의 자유·민주화 언급을 주저하는 그런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DJP연합’과 ‘김대업 병풍 사건’ 등으로 대선에서 두 번이나 눈물을 흘려야 했던 이 전 총재는 올해 대선에서 있을지 모르는 여권의 ‘깜짝쇼’를 경계했다. 그는 “좌파세력인 여권이 펼 칠 깜짝쇼나 그쪽이 내놓을 대선후보의 개인적인 감성과 이미지에 속아서는 안된다”며 “깜짝쇼로 여권후보가 무대에 올라서거나 그 후보가 감성과 이미지로 국민의 눈을 사로잡을 경우 자칫 그 사람이 좌파세력이 내세운 후보라는 점을 잊어버리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에도 충청권의 선택이 정권교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충청권 유권자는 과거 DJP연합이나 천도론과 같은 깜짝쇼를 경계해야 한다. 충청인의 책임이 참으로 막중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