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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중도하차’로 여권의 유력 차기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면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권행보 차별화를 위해 어린이들을 동원, 국가보안법 철폐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 “이념·사상의 도구화”로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정 전 의장의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한 21일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의 출범 행사에서 5세 이상 13세 이하로 보이는 어린이들에게 국보법 철폐 주장이 담긴 주사파 운동권 노래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윤민석 작사·작곡)를 합창시킨 것이다.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보도 자료를 통해 “이 노래는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행사나 친북성향 단체 통일행사에 빠짐없이 불려왔다. 그 어떤 사상과 제도 좋다고 해도 민족 이익보다 소중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어린아이를 이런 식으로 동원해 전교조 붉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이념과 사상의 도구화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정통들’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 뒤 “이 노래는 국보법 철폐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으며 통일의 형식과 내용을 무시한 ‘우리 민족끼리의 통일지상주의’를 일방적으로 찬양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제도·사상보다 민족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지 동의를 얻었느냐”고 따졌다. 그는 “이 노래가 정 전 의장이 직접 참석한 자신의 지지모임 출범식에서 불렸다는 사실은 정 전 의장이 이 노래의 통일관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국보법에 70%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과는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자식을 기르는 부모로서 상당히 문제 있는 태도”라며 “여당의 대권주자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정 전 의장은 국민들이 지지하는 국보법과 대한민국 제도, 정체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린이들을 동원해 이처럼 편향된 정치적 주장을 담은 운동권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이라고 여기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대권출정식을 방불케 한 팬클럽 출범행사를 가진 시기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열린당의 처지를 볼 때 열렬한 세 시위, 선동 이런 식의 출정식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느냐”며 “자숙하고 조용하게 치러도 국민들은 4년간 국정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대해 마음의 위로를 얻지 못하는데 (팬클럽 행사를 개최해) 무엇을 소개하고,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유력한 대권후보 중 한명인 정 전 의장이 어제 행사장에서 어린이들을 동원해 노래를 부르게 한 것은 어린이들을 이념의 장에 동원한 것”이라며 “과연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을 논하기 전에 국민으로서의 자질, 부모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이 참석한 팬클럽 출범식에서 어린이들이 부른 노래 전문>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윤민석 작사·작곡
1. 반백년 분단의 세월 제아무리 길다하여도
반만년 이어 온 핏줄 끊을 수는 없습니다.
서로를 적대하며 증오했던 날들은
만남과 화해 속에 모두 날려 버리고
2. 독약은 약이 아니라 무서운 독인 것처럼
악법은 법이 아니라 다만 악일뿐입니다.
제 민족 제 형제를 적이라 강요 하며
통일의 길 막아 나서는 보안법 물리치고
3. 그 어떤 사상 제도가 제 아무리 좋다하여도
민족의 이익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가정이라도
갈라져 싸운다면 모두 망할 뿐이라
(후렴구)
한민족의 힘과 지혜 남과 북이 하나로 모아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