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으로 촉발된 정치권 논란을 한나라당 대권주자와의 대결로 확전시키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10일 개헌을 제안한 노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정조준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4년 연임제 개헌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4부 요인(임채정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한명숙 국무총리, 고현철 중앙선관위원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3선 개헌을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겨냥한 듯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이다. 이번 개헌은 차기 대통령을 위한 개헌이다”며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 비서관들이 ‘박근혜 때리기’에 나섰다.

    조용휴 여론조사비서관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박 전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으로 폄훼하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 역사에 정말 ‘나쁜 개헌, 나쁜 대통령’이 있었다”고 적반하장식 주장을 하며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려는 개헌, 독재를 항구화하고자 한 개헌, 그것을 날치기나 폭력으로 추진하려 했던 대통령이 진짜 나쁜 개헌, 나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발췌개헌과 사사오입 개헌을 추진한 이승만 대통령, 3선 개헌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유신헌법을 제정한 박정희 대통령, 단임제이지만 7년 임기를 누릴 수 있도록 개헌한 전두환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냐”고 따진 뒤 “노 대통령의 개헌 제의는 자신의 임기를 늘리고자 하는 의도도 없고 독재 정치를 부활하려는 것도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개헌 제의는 어려운 과제를 차기로 넘기지 않고 임기 내에 해결하려는 의지이자 소신”이라고 한껏 치켜세우면서 박 전 대표를 향해서는 “모든 것을 정략으로 바라보게 하는 색안경을 벗어버리는 것이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이의 올바른 준비자세일 것”이라고 주제넘은 훈계를 했다. 그는 “공당의 대표였고 차기 대권을 꾸꾸는 분의 언사로서 표현의 부박함은 차치하더라도 박 전 대표의 ‘좋은 대통령’과 ‘나쁜 대통령’을 가르는 기준 자체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자신만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소문상 정무기획비서관도 청와대브리핑을 이용해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주장한 뒤 “정치권과 학계, 국민들 사이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공론이 형성됐던 일이었기에 한나라당 대선 후보 희망자들도 필요성에 동의한 것 아니냐”며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정당과 지도자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그런(개헌을 수용하는) 용기와 결단”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청와대의 ‘공격’에 “어제 다 말했다다. 새로 덧붙일게 없다”고 무시했다. 청와대의 개헌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방침에 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