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갑작스레 꺼낸 '개헌'카드에 한나라당을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재섭 대표는 9일 오후 긴급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90분 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를 통해 한나라당은 "개헌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내 대선주자의 의견도 취합해 낸 결론이라고 나경원 대변인은 밝혔다.

    "TV토론은 물론 인터뷰도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 담화문을 설명하기 위해 각 정당을 방문하는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도 만나지 않았다. 강 대표는 "지금 이 시기에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정략적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민생경제에 몰두하고 정략적 일을 벌이지 않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한 뒤 "국민분열과 국가분란을 가중시키는 개헌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의 개헌카드는 한 마디로 정치노임수와 오기"라며 "결국 국정혼란만 일으킬 것이고 한나라당은 개헌논의가 여당의 재집권을 위한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다시 강조하는데 노 대통령은 정략적인 개헌발언을 즉각 취소해라"며 "한나라당은 개헌에 관한 일체 논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노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낸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나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의 여러 배경이 이야기가 됐다"며 "그중 하나가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고 제안했던 노 대통령이 여론 악화를 우려해 낸 즉흥적이고 정략적 발상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의원총회를 열고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나 대변인은 "결론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결의문 채택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개헌문제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당내엔 의원별로 개헌연구모임이 만들어진 상황이고 일부 의원들은 개헌논의의 필요성도 언급한 바 있어 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한나라당 역시 자연스레 개헌정국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