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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한나라당 ‘빅3’로 꼽히면서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밀려’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저평가 우량주’라는 평가도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에게 쏠리는 시선에 가려져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손 전 지사가 ‘뜨려면’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둘 중 한명이 무너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손 전 지사가 자력으로 ‘이명박-박근혜 2강구도’를 깨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그늘’에 가려졌던 손 전 지사가 29일 한나라당 대선주자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았다. ‘경선불복’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강재섭 대표가 마련한 당 지도부-대선주자 회동에서 손 전 지사는 40%가 넘은 지지율을 얻으며 고공행진을 하는 이 전 시장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발언할 내용까지 미리 준비해 온 손 전 지사는 “줄 세우기 강요하는 구태정치로 장래가 촉망되는 훌륭한 국회의원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며 “특정 캠프의 특정 최고위원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데 특정 주자의 참모장 역할을 내놓고 하든지, 최고위원을 하든지 거취를 분명히 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과 그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정조준한 것이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손 전 지사는 준비해온 ‘폭탄발언’으로 그 시선을 자신에게 잡아두었다. 이날 진행된 간담회를 보도한 언론매체들의 보도내용도 이 전 시장을 향한 손 전 지사의 비판 발언 내용을 주로 다뤘다.
손 전 지사는 작심한 듯 쏟아낸 발언으로 지지층이 겹치는 원희룡 의원도 견제했다. 손 전 지사의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됐던 당내 소장파 좌장격인 원 의원이 대권레이스에 직접 뛰어들자 손 전 지사측은 그 영향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원 의원의 대권경쟁 합류를 두고 개혁성향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긍정적인 효과와, 기존의 지지층을 손 전 지사와 나눠먹는 부정적인 효과가 함께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빅3’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날 대권주자 간담회에 참석한 원 의원. 그도 이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 듯 자신의 발언내용이 적힌 종이를 꺼냈다. 대권주자들 중 가장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원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의 변화와 “국민들이 볼 때 가혹할 정도의 후보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원 의원이 준비한 발언은 손 전 지사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