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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차기대권주자 중 한 명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스스로도 지지율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인정한 ‘여성’이라는 점을 ‘약점’이 아닌 ‘장점’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강연 등을 통해 ‘위기에 강한 여성’을 역설하는 박 전 대표는 19일 여성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가정문화포럼’ 조찬 강연에서 “지난 2년반 동안 한나라당 대표를 하는 동안 상대당인 여당 대표인 남자 당의장들은 8번이나 바뀌었다”며 “어떤 분들이었는지 성함을 기억하지만 순서는 지금도 헷갈린다”고 말했다. ‘여성’인 자신 혼자 8명의 ‘남성’들과 싸워 결국 승리했다는 자신감이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영국 최초 여성 총리인 마가렛 대처의 리더십을 강조한 박 전 대표는 “여성이 위기에 어떻게 나라를 맡을 수 있느냐, 여자라서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혹시 이 자리에도 있느냐. 있다면 출입구가 저기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폭소와 함께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150여명 중 70% 이상은 여성이었다.
그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여자냐 남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생각과 역량이 어떠한가를 갖고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나라 살림살이가 엉망이고 경제·안보가 위기라는 점이다. 여성들이 살림살이 능력이 뛰어나고 위기에도 강하다.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 22살에 어머니를 잃은 후 집안에서 어머니 역할을 해야 됐고, 5년 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 역할까지 하면서 컸다”며 “부모님, 가족 그런 것이 가슴에 사무치는 사람으로 소중한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유권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여성 표심 공략에 나섰다. 그는 “지금 우리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여성상과 어머니상은 과거와 다르다”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떻게 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높이는데 필수적인 일이 됐다”고 국가 발전을 위한 여성 사회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를 보면 정부나 국회에 여성 진출이 10% 늘면 국가 청렴도 지수와 투명성 지수가 확실하게 개선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며 “밀실·패거리·부패의 정치구태를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선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인 출산과 보육의 문제”에서 “여성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정책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국·공립 어린이 시설은 영아를 담당하고 유아는 민감 어린이 시설에서 담당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다양한 선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24시간 보육, 방과후 보육, 일시 보육 등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해서 필요한 어머니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시간제로 어린이를 돌봐주는 ‘케어맘’ 제도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 폭을 넓히기 위해 해결해야할 두 번째 문제로 ‘성범죄’를 지적했다. 그는 당 대표 재임 시절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전자팔찌’ 도입을 추진했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여성이 안심하고 살 수 없는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성폭력 범죄는 단순히 피해자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가정 전체를 파괴하고 나아가 국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피해까지 불러온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성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무부에서 전자팔찌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하나의 성과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청원 전 대표의 부인인 이선화씨가 참석, 건배제의를 해 눈길을 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