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국가의 주권은 신성불가침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외침에 많이 시달려온 민족국가일수록 자주의식은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국민정서의 근저에 큰 무게로 자리 잡고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지난날 900여 회의 외침을 당하였고, 그때마다 민관군이 하나가 되어 국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삶의 터전을 지켜 나왔다. 멀리는 고대 단군시대로부터 가깝게는 6.25 공산남침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주권을 위협하고 훼손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불퇴전의 용기로 대항하여 싸웠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국권은 굳건한 반석 위에 서고, 그 위에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다.

    자주의식은 우리 민족에게 경제력 군사력과 함께 보이지 않는 정신국력으로 자리 잡아 세계가 부러워하는 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해 온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며 민족과 국민의 긍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어 물질문명의 발달과 군사무기의 극한적 발달은 자국만의 자주로서는 국가 체제의 수호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특히 중국 소련 등과 같은 막강한 공산세력과 전쟁을 치룬 우리로서는 군사동맹과 경제협력은 국가의 명맥과 국민의 생존을 가능케 해준 분명한 원조였다.

    어디 우리나라만의 일인가. 서구 각국은 상호안보조약과 경제협력체제를 만들어 공존공영의 틀 속에서 발전을 촉진했고, 이제 서구는 유럽연합(EU)을 만들어 공동체의 발전을 촉진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본다. 아무튼 이념과 이익이 부합하는 세력과 국가들은 동맹을 맺어 국가안보를 상호 보완하는 방식을 취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최강의 미국과 한미동맹을 맺음으로써 국권수호와 경제발전에 큰 힘을 얻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유엔군이 우리 땅에 유엔의 깃발을 내걸고 반세기 동안 주둔함으로써 우리는 안보 면에서 큰 혜택을 누리면서 경제발전에 전념해올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이러한 안보동맹과 협력체제의 구축에 힘을 얻은 결과다.

    우리가 처한 국제정세와 안보면에서 보건대, 자주와 동맹은 불상용의 가치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한미, 한중, 한일간은 물론 미북간의 관계 정상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끝난 뒤 동북아 정세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앞으로 남북 및 미북 그리고 한미 관계가 빅뱅을 일으켜 결국 휴전체제마저 ‘핵분열’될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경우를 예상해 볼 수가 있다. 이제 북한의 핵실험이 끝난 마당에, 추가적인 핵실험은 북한의 의지 여하에 달렸다.

    북한핵은 다음 몇 가지를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첫째, 남북한 간에 군사력 균형이 깨져 앞으로 남북장관급회담이나 장성급회담에서 북한이 주도권을 장악하려 들 것이고, 남한은 끌려가는 양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쪽의 좌파정권은 그동안 주창하던 ‘민족공조’를 택해 북의 영향력에 예속되든지 아니면 ‘자주국방’을 포기하고 불가피하게 미국에 매달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둘째, 기존의 유엔 대북 제재결의안에 따라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조치(PSI)가 가동돼 한반도 밖 공해상에서 미북 간 돌발 대치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여기에 일본이 미국측에 가세하게 됨으로써 북한은 한국을 인질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북한은 한국정부에 공갈을 해대다가 제2, 3의 연평해전이나 서해교전을 도발하여 한국내 반전·반미 선전선동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사회분위기는 흉흉하게 되고 말 것이다.

    셋째, 한·미·일 3각 구도와 중·러·북 3각이 동시에 깨지고 북한체제의 급변 위험성이 커지면서 한국도 철저히 고립돼 안으로는 친북좌익 세력과 애국·호국세력이 전면 대결하는 일종의 ‘내전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북핵도 우리 것이라는 ‘민족공조론’과 미국의 핵우산으로 막아야 한다는 한미공조론의 정면충돌은 피할 수 없다. 2007년 대통령선거는 바로 이 사상적 내전 (內戰)속에 치러야 할지 모른다. 건국 후 처음으로 벌어지는 이 대결은 우리 사회를 계층에서 사상으로까지 더 분열시켜 화를 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핵 문제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북한을 짝사랑해봐야 우리가 얻을 것은 없다는 것이 그동안의 교류 협력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국가안보를 정권 유지의 방도로 악용하려는 좌파세력을 단호히 물리치고 해방 정국에 이어 6.25 공산남침의 저지-근대화와 산업화로 이어 내려온 국가발전의 축을 재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