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르면 2010년부터 중학생의 고교 선택권을 크게 넓히는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현행 학군제의 틀은 유지하면서, 학생이 4개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 학교 범위도 서울 전역으로 넓어졌다. 획일적인 평준화를 보완하고 학생.학부모의 학교 만족도를 높여 서울의 고교 교육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서울시의 중학생은 공동학군을 제외하곤 거주하는 11개 학군에서 추첨으로 고교에 배정된다. 이른바 '뺑뺑이'다. 학교에 대한 학생의 애정은 낮고, 학교는 노력하지 않아도 학생들을 채우니 공교육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의 심정으로 다른 학군으로 이사 가는 학부모나 특수목적고 지원 학생들도 크게 늘었다. 학군 간 학생 교류가 없어 교육발전 지역과 낙후지역 간 교육 격차도 커졌다.

    서울시 방안은 이미 다른 지역보다 늦었다. 몇 년 전부터 학생의 고교 선택권을 크게 확대한 부산 등 다른 25개 도시에선 공교육 발전 효과가 크다고 한다. 학교 선택이 자연스럽게 학교 평가로 이어지자,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교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수요자 중심 교육의 힘이 아니겠는가.

    이번 방안으로 인해 희망과 달리 거주지에서 먼 학교에 배정되는 학생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문제점은 철저하게 대비해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전교조 등이 반대하는 이유는 옳지 않다고 본다. 학교.교사가 노력하지 않은 채 외면당할 것만 겁내 학교 서열화란 허울 좋은 명분 아래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막는다면, 그야말로 그릇된 이기주의가 아닌가.

    정부도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간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부터 지역 교육청과 사전 협의해 특수목적고.국제중 설립을 억제하려 한다. 교육 자치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수요자의 요구를 무시하는 처사다. 특목고 수요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판박이 평준화에 대한 불신이 많다는 방증이다. 교육부가 터무니없는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죽어가는 우리 공교육이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