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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 가능성을 언급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발언’으로 정치권은 온통 벌집 쑤셔 놓은 것처럼 술렁이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오히려 조심스러워진 모습이다. 노 대통령 ‘임기 발언’에 대한 비판도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세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당 지지율이나 당내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선호도 면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임기 발언’의 파장이 ‘노무현발(發) 정계개편’으로까지 번지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한나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당내 ‘제이유게이트 진상조사특위’(위원장 정형근 의원)를 구성하는 등 청와대 비서관까지 연루된 ‘제이유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30일 “흔들리는 국정을 국회로 끌고 와서 한나라당이 중심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노 대통령이 탈당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하더라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긋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은 거야(巨野)도 아니고 소야(小野)도 아니다. 오만하지도 않고 나약하지도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 ‘임기 발언’에 대한 비판은 “노 대통령이 쓸데없는 말씀을 해 또다시 국정이 흔들리고 있다. 언제까지 흔들릴지 알 수 없다. 열린우리당도 흔들리고 있고 국회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정도에 그쳤다.
그는 이어 “이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 국회를 똑바로 끌고 가야 한다”며 “12월 1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여야 합의정신을 충실히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 사립학교법 언론법 등 한나라당 요구 조건이 관철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도 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국회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마음대로 하고 말고 할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노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재다짐하고 심기일전해 남은 임기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노 대통령을 ‘격려’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