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석상에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철회한 후 처음으로 그의 심중을 밝혔다. 심중에 남아있는 그 한마디는 바로 다름 아닌 ‘대통령 임기 중에 그만 둘 수도 있다’는 격정(激情)어린 수준의 절제된 표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직 포기 및 열린우리당 당적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국내정치는 앞으로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어 갈 수도 있는 복잡한 요인이 제공되었다고 보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하야할 시 지금 현재로서 최대의 수혜자는 이명박 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 자신이 행한 전효숙 헌재소장 지명철회를 ‘굴복’이라고 표현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 표결을 거부한 것을 두고 ‘명백한 헌법위반 불법행위’, ‘부당한 횡포’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이어 그는 ‘현실적 상황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굴복한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것은 숨겨진 비탄의 감정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전효숙 지명철회 건을 두고 ‘굴복’이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노 대통령이 그가 행해왔던 특이한 인사(人事)스타일을 앞으로도 결코, 더더욱 바꾸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들린다. 왜냐하면 노 대통령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면서도 말미에는 “어렵더라도 해야 한다”는 대통령직 불(不)포기 의지를 행간(行間)에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즉, 노 대통령의 이번 국무회의석상에서 행한 ‘폭탄(?) 발언’은 집권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비토한데 대한 분노어린 저항의 표시이자 참을 수 없는 몸부림의 단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승부사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예상되는 정국은 노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파란만장한 정치 공학적 파고(波高)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다고 보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즉, 정치 공학적인 이니시어티브를 기필코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는 듯하다.

    ‘대통령직도 사퇴할 수도 있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한마디로 앞으로 더더욱 ‘내 소신대로 갈 테니 그리 알라’라는 정치 전략적 배수진에 불과하다는 말뜻이다. 이제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그의 특유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기 위하여 정치판을 흔들어 정계 개편작업이나 정치작전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이 임기 중에 ‘그만둔다’는 결심을 결행하기에는 상황전개가 그리 녹녹하지 못하고, 노 대통령에게 이로운 계산결과가 결코 나올 수 없다. 비현실적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고 할 때는 의외의 ‘비정상적’ 정치행위가 도출될 수 있는 요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아니면 어마어마한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복잡한 역사 속으로 요동치게 할 수 있는 좋지 않은 요인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탄핵 쇼크로 인하여 국민들이 놀란 가슴으로 탄핵반대를 외쳤던 2004년의 상황과는 너무 판이한 현실을 직시한 노 대통령이 피부로 느끼는 분노의 칼끝이 과연 어디를 행할지는 그 아무도 모른다.

    승부사인 노 대통령이 ‘벼랑 끝 전술’로서 ‘정면승부’를 걸더라도, 승률이 없는 현실 때문에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일반적인 판단은 그래서 노 대통령의 심중을 꿰뚫어보지 못한 경우라고 생각된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고 대통령 임기 초기의 노 대통령이 행했던 말과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임기 중에 그만 둘 수도 있다’는 말은 그 어딘가 일맥상통하는 ‘배수진’에 다름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절대 임기 전에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조기에 노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에는 선거 실시 사유가 발생한 후, 60일 내에 선거를 치러야하며 선택된 후임자는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2007대선 계획은 송두리 째로 분해될 것이고 60일간의 선거운동에 돌입해야 하는 정치판은 일대 혼란이 폭풍처럼 밀려오는 해일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 조기 하야 때문에 발생하는 최대 수혜자는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이명박 전(前)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前)시장의 절대 지지자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이 바로 엊그제 ‘노 대통령이 조기에 하야해야 한다’라고 표현했던 말이 연동(連動)되어 떠오르는 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한 것일까?

    아무튼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 임기 전에 청와대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은 확실하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