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지난 달 25일 “거대 정당 정화 작업을 정의의 화신에게 외주를 주는 것”이라며 삼고초려 끝에 인명진 목사를 당 윤리위원장으로 ‘모셔’ 왔다. 강재섭 체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인 ‘참정치 운동’의 일환이다.

    그러나 인 위원장이 한나라당에 제대로 메스를 들이대기도 전, 강재섭 대표가 “(징계 대상 의원들) 일벌백계 대신 당을 대표해서 십자가를 짊어지겠다”며 윤리위에 회부된 의원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강 대표는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윤리위에서 징계가 논의되고 있는 김용갑 의원 등에 대해 “이 모든 책임은 일차적으로 당 대표인 저의 책임이다. 주말을 이용해서 창녕군 등지에서 봉사활동에 나서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 위원장을 ‘모셔 온’ 강 대표가 직접 나서서 윤리위 활동에 제동을 거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광주 해방구’ 발언과 10·25재보궐선거 무소속 후보를 지원한 김용갑 의원에 대한 윤리위 징계 여부가 당내 역학구도와 맞물리면서 내홍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인 위원장과 김 의원의 대립을 당내 대권주자간 힘겨루기 차원으로까지 해석되면서 ‘음모론’이 퍼지는 등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 위원장의 민주화 운동 경력이 ‘좌파 논쟁’ ‘색깔론’을 불러일으키는 등 인 위원장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감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당장 “좌파의 칼날이 보수의 목을 겨냥하고 있다”며 인 위원장의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또한 사회봉사명령에 대해 정당과 정치인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징계라는 불만도 나온다.

    강 대표는 “당을 개혁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건전한 진통”이라고 하지만 해당 의원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기도 전에 당 대표가 직접 나선 것 자체가 이번 당내 갈등이 윤리위에서 수습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을 반증하는 듯하다. 또한 강 대표 스스로 “정당 윤리위는 일반 사법부와 다르다. 정치 속에 있는 것이다”고 ‘가이드라인’을 정함으로써 윤리위 칼날을 무디게 했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희망의 정치 변화하는 한나라당’을 보여주겠다며 외부에서 영입한 인 위원장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얼마나 변하기 힘든 정당인가를 여지없이 드러낸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