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27일 노무현 대통령의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을 “만날 필요없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국정 난맥 타개를 위한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꼼수”로 보고 얻을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문제 등 이번 회담에서 다룰 의제는 여야 협상 대상이 아니라 노 대통령과 집권여당 스스로 풀어나갈 문제”라며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강재섭 대표는 회의와 기자회견을 통해 “노 대통령만 결심하면 모든 것이 풀린다”며 “노 대통령이 전 헌재소장 후보자, 정연주 KBS 사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안보라인 등 (인사)문제에 확실한 입장을 취하고 결정해 주면 저절로 (정국을) 돌파하고 열릴 수 있다”고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만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에 거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노 대통령이 대통령이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버리면 순식간에 물꼬가 트인다. (법안 등) 나머지는 국회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이 독선과 오기로 국정을 운영해 왔는데 그런 협상이 이 시점에 필요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로 야기된 국가 안보 공백 사태에서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했을 때 노 대통령은 당정 분리를 내세워 일체 응하지 않았다”며 “아직 정기국회가 많이 남아 있고 본격적인 여야 협상은 지금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교착상태를 청와대까지 나서서 풀 일 없다”고 일축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이 ‘주고받자’는 전제 아래 회담을 제의했는데 과연 주고받을 게 뭐가 있느냐”며 “국민으로부터 탄핵 국면에 있는 노 대통령이 제1야당에 SOS를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평소 여러 가지 러브콜을 던졌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갈라놓기 한 것은 야당분열까지 생각한 것으로 꼼수”며 “노 대통령이 자기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국정전환 의지부터 보여줘야 한다. 이런 정치적인 일로 해결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번 정치협상회의가) 6자회담을 본떴다고 하는데 같이 그 자리에 앉아야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어떤 말을 했느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나라의 불행이라고 했고 나치당과 비교했다”며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열린당이 집권당이 된 것이 국민들의 불행인지 아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도 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국정 현안을 주고받기 식의 거래대상으로 보는 청와대의 시각에 놀랄 따름”이라며 “청와대가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독선과 오기를 버리면 해결될 문제이기에 만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의 회담 제안 형식이나 배경을 봐도 일말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기자회견 30분전에 한나라당에 통보하는 등 절차·형식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분을 보면 회담제안의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