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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7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강인선 정치부 차장대우가 쓴 '성공적인 대선후보가 되는 7가지 방법'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특파원 시절 취재수첩을 보니, ‘성공적인 대선후보가 되는 법’이라는 메모가 있다. 2000년과 2004년 미국 대선주자들의 흥망이 준 교훈이다.
첫째, 초반에 선두주자가 되는 데 집착하지 마라. 초반 선두주자는 집중조명을 받는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과도한 분석과 음미의 대상이 된다. 그 결과 불필요한 비판을 받거나 ‘신선하지 않은 인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후발주자들의 협공을 받을 수도 있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초반의 수퍼스타였던 하워드 딘 전 주지사가 그렇게 실패했다.
둘째, 푹 자라. 유능한 인재는 숙면이 만든다. 휴식이 부족하면 쉽게 피곤해지고, 피곤하면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게 된다. 게다가 비관은 전염된다. 피곤함을 감추고 억지 웃음을 지어도 유권자들은 금방 느낀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일해도 일해도 지치지 않는, 튼튼하고 성실한 일꾼을 원하기 때문이다.
셋째, ‘드라마’를 찾아내라. 옛날에 고생했던 이야기나 죽을 뻔했던 체험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에게나 그런 체험은 있다. 역경을 이겨내는 동안 무엇을 깨달았는지 말해야 한다. 베트남전 포로로 잡혔던 존 매케인보다 의부 밑에서 고생한 클린턴의 이야기가 왜 더 설득력이 있을까. ‘영웅적인 모험담’보다는 ‘인간적인 드라마’가 더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다. 감동으로 휘어잡은 후 미래의 역량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
넷째, ‘초상화’보다 ‘자화상’이 낫다. 이미지를 자신이 먼저 그리지 않으면 언론이 그린다. 2004년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언론은 ‘우유부단하고 비사교적이며 요트를 타는 팔자 좋은 사나이’로 그렸다. 뒤늦게 베트남전 참전경험으로 ‘용감한 사나이’ 인상을 더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필요할 때마다 베트남전 경력을 우려먹는 사나이’가 되고 말았다.
다섯째, 자존심을 버려라. 대선 주자의 말은 어떤 미사여구로 치장해도 ‘한 표 주세요’의 다른 버전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 한 몸 바쳐”라는 연설은 국민들의 귀에 “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로 들린다. 어차피 ‘도와달라’는 이야기는 겸손하게 할수록 효과가 크다.
여섯째, 지지율이 떨어져도 초연해라. 연애도 그렇지 않은가. 이별 통보를 예감하고 울며 매달리면 더 냉정하게 버림받게 돼 있다. 후보자가 절박해지면 유권자들은 귀신같이 패배의 냄새를 맡는다. 게다가 초조해지면 판단이 흐려져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하지만 지푸라기는 도움이 안 된다. 하워드 딘은 첫 예비선거 결과가 나쁘게 나오자 절규하며 다음 승리를 장담했는데, 그 태도가 오히려 유권자들의 마음을 떠나게 했다.
일곱째, 기자들을 피곤하게 하지 마라. 농담이 아니다. 선거 때면 한 후보를 따라 움직이는 기자 군단이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은 일정을 빡빡하게 짰다. 후보 당사자는 흥분해서 몰랐지만 기자들은 너무 지쳤다. 피곤해지니 신경이 곤두선 기자들의 펜 끝은 점점 날카로워졌다. 반면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하루에 한두 건 행사에 집중했다. 부시는 고어에 비하면 논 셈인데도 기사는 더 알차게 나갔다. 나중에 고어 팀에서 이것을 알고 땅을 쳤다고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국민들도 ‘아무나’ 대통령이 되지 못하도록 후보 판별법을 공부해야 한다. 대선주자들에게만 성공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뽑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선택이 5년을 좌우한다는 것,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