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문화에서 소나무는, 안방 한가운데 놓여 온 가족을 따뜻하게 해주는 화롯불처럼 늘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숲과 나무에 대해 잘 모른다 하여도 소나무라는 이름은 삼척동자도 아는 그런 나무이다. 하지만 이름뿐이지 과연 우리는 소나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소나무는 나무껍질의 색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붉은 빛으로 갈아입기 때문에 적송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속리산의 정이품송과 같이 벼슬을 가진 나무, 경북 예천군에는 토지를 가지고 있어서 재산세를 내는 석송령 소나무,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 등과 같은 소나무들이 있다. 개마고원 지대나 높은 고산지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고 있는 흔한 나무가 소나무이다. 울릉도, 제주도, 홍도, 안면도, 설악산, 지리산에도 소나무는 자라고 있다. 그래서 소나무는 이 땅의 터주대감 나무이다. 나무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무이며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민족수 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강력한 산림보호시책을 실시하였는데 송목금벌 이라는 소나무 보호정책이 있었다.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소나무를 함부로 베면 곤장을 맞는 일이 다반사였고, 심하게는 변방으로 귀양을 보낼 만큼 철저하게 소나무숲을 지켰다. 당시에 소나무는 궁궐을 지을 재목으로 왕족이 죽었을 경우 사용할 관곽제로,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던 배를 만들기 위한 조선재로 이용되었다. 비록 지금은 안면도나 경북 울진과 강원도 일부에서나 곧게 잘 자란 소나무를 만날 수 있지만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화려한 소나무 문화를 꽃피우고 있었다.

    궁궐이나 선반 제조뿐만 아니라 소나무는 서민들의 생활과 삶의 애환속에서 늘 함께 해왔다. 집에서 아이를 낳던 시절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로 만든 문을 세워 기뻐하고 금줄을 쳐서 새로운 생명을 보호하였다. 아이들은 소나무 산을 놀이터 삼고 솔방울을 노리개로 솔씨를 발라먹으며, 봄이면 물오른 솔가지를 꺾어 하모니카 불듯 속껍질을 갉아먹고 물을 빨아먹으며 놀았다. 소나무는 그들의 생애 동안 마루, 기둥, 땔감으로 함께 하였으며, 이승을 하직할 때에는 관을 제공하고 죽은 후에는 무덤 주위에 솔밭으로 가꾸어져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 하여왔다.

    그런데 이런 소나무가 사라져 가고 있다. 최근에 많은 면적의 소나무숲이 솔잎혹파리 등의 병충해 피해로 죽어가며 남아있는 소나무숲도 소나무의 세력이 점차 약해져서 참나무류 등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숲의 자연적인 변화로써 햇볕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소나무는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참나무류에 의해 밀려나는 것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보아온 소나무숲은 대부분 인위적인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소나무숲으로 변해 온 것이 아니라 오랜 인간의 간섭에 의해 소나무숲이 조성된 것이다.

    사라져 가는 소나무숲을 보호하는 것은 목재자원, 부산물 등 여러 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어떤 이유보다 앞서는 것이 우리의 문화적 가치의 보존 때문이다. 소나무숲의 보호를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자연현상을 제지하고 인간의 적극적인 간섭이 필요한데 이는 생태계 파괴와는 다른 의미이다. 오히려 소나무숲을 보존하는 것은 우리 문화의 고유성과 숲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