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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9시경 국회 대표최고위원실>
강재섭 대표 : “주요한 당직자들이 특정 주자에게 노골적으로 줄을 선다든지 또는 특정 캠프에 가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선 조기 과열은 정권교체의 독약이 될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1시경 여의도 모 식당>
이재오 최고위원 : “이명박이 서민들 집 한 채씩 갖게 하겠다고 말한 것은 복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복안이 있다면 실현 가능성 있는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나라당 ‘빅3’간 대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내 분위기가 과열되는 것을 우려한 강재섭 대표는 22일 오전 공개회의를 통해 당 지도부를 포함,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에게 줄 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해당행위" "이적행위"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공정경선을 해치는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강 대표는 대권주자들에게도 “사조직을 설치하거나 해서 당 내부 경쟁을 촉발시키고 강요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강 대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소속 의원들의 시선은 대권주자들에게 고정된 모습이다. 당내 서열 2위로 ‘친(親)이명박계’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같은 날 오후 일부 기자들과 만나 지난 8월 민심탐방 경험까지 곁들여 가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제1호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실현 가능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은 15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운하를 이야기해 왔다. 같이 앉기만 하면 대운하 이야기를 할 정도로 이 전 시장 머릿속에는 이미 정확한 수치까지 들어가 있다”며 ‘한반도 대운하’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포퓰리즘 정책’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는 경제정책”이라며 “한반도 국운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서민들이 집 한 채씩 갖도록 하겠다”는 이 전 시장의 전날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 뒤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복안이 있고 아파트값 문제에 자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전 시장이 복안이 있다면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말하는 사람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정책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절망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데 치중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 최고위원의 측근이면서 ‘친이(親李)계’로 분류되는 진수희 의원은 “이건희 삼성 회장 등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을 보면 미래를 이야기한다. 5년, 10년 후 먹고 살 일을 걱정하더라”고 말했다.
“특정주자에게 줄 서지 말라”고 당 대표가 공개 경고를 한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벌어진 ‘아이러니’한 상황은 이미 ‘빅3’가 한나라당의 중심을 차지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