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더분하면서 촌스럽기도 한 그런 성격인 것 같다. 담백하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사람냄새가 나서 좋다”(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남수미)

    “차기대권주자라면 자신의 포부나 야망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지 않나. 민감한 정치현안을 너무 피해간다. 부딪히지 않기 위한 외교적 발언으로 들린다”(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서상범)


    한나라당 ‘빅3’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두 시간여의 만남을 가진 대학생들의 평가다. 손 전 지사가 이번엔 ‘젊은이 속으로’ 들어갔다. 21일 헤럴드미디어 주최로 한국외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손 전 지사는 ‘소탈함’을 무기로 중고교 학창시절, 학생운동 시절 등 살아온 인생역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정치에 무관심한 대학생들에게 ‘차기 대권주자 손학규’를 각인시키기 위해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가벼운 이야기로 다가가면서 그 안에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아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 전 지사는 ‘인간 손학규’에서 ‘대통령감 손학규’를 찾길 바라는 듯했다.

    밴드반과 연극반을 오가며 술과 담배를 배웠던 중고교 시절을 회상하며 “어느 정도의 탈선도 필요하다. 어렸을 때 탈선도 해보고 다시 돌아오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교육에도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는 손 전 지사. 당시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경기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잘 노는 모범생 손학규’는 서울대에 입학해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면서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력서에 특기와 취미가 용접이라고 쓰여 있다는 질문에 손 전 지사는 “솔직하게 말해서 비서진이 써서 언론사에 보낸 것이다. 취미가 용접인 사람이 어디 있느냐. 젊어서 도망 다니면서 용접했다는 것 강조하려다 보니 취미로 써 놨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용접이 나한테 의미하는 바는 기술이 아니라 그때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내 몸을 던져 살았다고 하는 제 삶에 대한 긍지”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2계급 특진에 현상금 200만원이 걸린 수배생활을 하던 손 전 지사가 부인 이윤영 여사에게 공중전화로 불러준 세레나데다. 당시를 회상하면 구성진 노래를 뽐낸 손 전 지사는 “지금도 이 노래만 부르면 가슴이 찌릿해 오는 게 그 정황이 어떻게 그렇게 나랑 똑같을 수가 있느냐”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어 개혁적인 이미지로 인해 여권의 ‘러브콜’도 받고 있는 손 전 지사는 “제가 이제 그 사람들 다 (한나라당으로) 끌어들일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지난번 대선에서 진 것은 분열 때문이 아니라 거꾸로 우리끼리만 똘똘 뭉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지금 해야 될 일은 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혁신해서 미래지향적이 정당을 만들고, 중간선에 있는 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신을 통해 대한민국 희망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손 전 지사.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송찬혁씨(영어과 3학년)는 “힘든 상황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미가 느껴졌다”며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을 잘 짚고 있는 것 같아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김재혁씨(영어과 4학년)씨 “주관과 실천의지가 뚜렷해 보였다. 미래지향적인 키워드를 제시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던 손 전 지사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한계로 비춰지기도 했다. 미래지향적 키워드를 제시하는 손 전 지사에게 기대를 갖게 된다고 한 김씨는 “강한 추진력을 갖춘 불도저 이미지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제를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현민씨(국제통상학과 4학년)는 “손 전 지사의 이미지는 좋지만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