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국회가 장시간 공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씨 임명동의안 처리가 예정됐던 15일 국회 본회의는 오후 7시를 넘어서까지 열리지 못했다. 14일 저녁부터 단상을 점거한 한나라당은 여전히 본회의장 단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가 전씨를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강행처리를 준비했던 열린우리당은 청와대가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자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열린당은 일단 청와대의 임명을 기다리겠다는 심산이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청와대의 임명 없이는 우리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5시 의원총회를 다시 소집한 열린당이 내린 결론 역시 '청와대의 임명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전씨를 임명하면 언제든지 직권상정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행처리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전씨를 임명하지 않는다면 열린당이 전씨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는 게 열린당 의원들의 설명이다. 열린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언제든 청와대 지시가 떨어지면 표결에 참석할 수 있도록 '국회 주변에서 대기'를 지시했다.

    오후 5시 40분쯤 의원총회를 끝낸 열린당 의원들 대다수는 의사당 밖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40여명은 잠시 본회의장을 찾아 단상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몇 마디 비난을 쏟은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본회의장으로 향한 일부 열린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 보좌진이 본회의장 입구 앞에 쌓아놓은 법전을 보고 "장난하는거야" "뭐하는 놈들이야" "유치하구만 유치해" "군사독재때 뭐 하던 사람들이…" 등의 말을 내뱉으며 비아냥거렸다.

    열린당은 16일로 예정된 외교부와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 계획된 국회 일정을 한나라당의 참여와 관계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씨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외유금지령도 내렸다. 때문에 16일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의 일본방문도 취소됐다. 한나라당은 계속 단상을 점거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현재로서는 인사청문회도 보이콧할 가능성이 높다.

    열린당이 '체력전'을 선택하면서 '전효숙 사태'는 장기전으로 흐를 공산이 커졌다. 일단 한나라당의 힘을 빼놓겠다는 계획이다. 의사당을 빠져나가는 열린당 의원들은 서로 "식사나 합시다" "우린 천천히 기다리지 뭐" "당구나 한 게임 치죠" 등의 농담을 주고받았다. '왜 본회의장에 들어갔었느냐'고 묻자 열린당 모 의원이 준 답변은 "일종의 성의표시지. 저쪽(한나라당)이 저렇게 하는데 우리도 뭔가 했다는 성의는 보여야 하잖아"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