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4일 사설 '독단 반성한다며 헌재소장은 밀어붙이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효숙씨의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포기하고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전씨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여러 차례 부당함을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귀를 막고 밀어붙이는 정부 여당의 태도에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김 원내대표의 지적대로 3개월 이상 비어 있는 헌재소장 자리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부적절한 인물을 편법으로 임명하는 것은 더욱 안 될 일이다. 임기가 3년 남은 사람을 사퇴시켜 새로운 임기 6년을 부여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절차도 없이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내정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제 와서 그 과정을 되짚어 밟는다고 그런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전씨는 이제까지 보여준 처신만으로도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 비서실이 시키는 대로 사표를 내고, 청와대와 집권당의 처분에 몸을 맡기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딱하다. 그런데도 야당의 반대 속에 물리적 충돌까지 빚으며 임명을 강행한다면 무슨 방법으로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위상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최근 열린우리당 지도급 인사들이 앞다퉈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부터 "비극의 씨앗"이라는 의견에 동의하고 "성공하지 못했다" "정치실험은 마감돼야 한다"고 했다. 4대 개혁 법안도 모자를 잘못 씌웠다며 독단적 국정운영을 뉘우친다고 했다. 잘못된 정책의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반성들이 눈속임이 아니라면 헌법재판소장 임명부터 여야 합의로 다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한명숙 총리는 거국중립내각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정말 중립적이고 불편부당한 인물이 필요한 곳은 헌법재판소다. 거국내각 제안이 얕은 정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헌재소장의 밀어붙이기식 코드인사부터 포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