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건 전 국무총리가 정치권 새판짜기를 주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고 전 총리는 이르면 내달 2일 충북 청주에서 열릴 '충북미래 희망포럼' 창립기념 세미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중도개혁세력'을 통합하는 신당추진을 위한 협의체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고 전 총리가 주도하겠다는 정계개편은 기존 정당구도가 아닌 '제 3지대'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포함한 '헤쳐모여'식 대통합 신당을 창당하는 방식이다. 고 전 총리측은 지난 28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계개편이 잘 안됐을 경우 신당창당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이같이 고 전 총리가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먼저 '열린당 흔들기'를 통한 정치권 내 자신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10.25 재보선 이후 열린당 내부에서 급속도로 진행되는 정계개편논의와 민주당의 통합신당창당 주장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다. 열린당 안영근 의원은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가 됐다"면서 "(고 전 총리의) 움직임에 열린당 내부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통합신당 추진에 찬성입장을 밝히면서 "어떤 질서가 만들어진다면 동참할 용의가 있다는 말을 한 걸로 기억한다"며 고 전 총리의 합류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기존 정당에 포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온 고 전 총리가 신당 창당 혹은 그 이전 단계에서 세력를 구축해 현재 '영입대상'으로서의 위치가 갖는 위험을 차단하고, 향후 예상되는 여권의 통합 신당 창당 단계에서 지분을 보장받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또 하락세인 지지율이 고 전 총리를 빠른 행보를 하도록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와 점차 격차가 커지더니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1위인 이 전 시장의 절반수준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고 전 총리측에서는 '좌고우면' 이미지를 깨고 명확히 대권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능동적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고 전 총리측 한 인사는 "(고 전 총리가) 이미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데 자꾸 언제 정치를 재개하느냐고 물어오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본인도 답답할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