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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8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강천석 주필이 쓴 '대통령 지금 지지도론 북핵대응 어렵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은 12.9%다. 취임 이래 최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10월 24일 조사 결과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 63.3%가 현재 상황은 국가적 위기라고 대답했다. 국민 위기감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최고점에 도달했다. 그 1주일 전 조사에선 국민의 79.1%가 대북정책의 전면 혹은 부분적 수정을 주장했다. 정세 전개에 따라 대통령 지지율은 더 내려가고 국민 위기감은 더 올라가고, 대북정책을 둘러싼 대통령과 국민간 이견 폭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당장 급한 것은 북핵에 대한 대통령 인식의 혼란을 정리하는 일이다. 대통령 인식의 전환 없이 대통령 지지도 상승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북핵은 선제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핵실험 이전)이라거나 ‘안보 불감증도 문제지만 안보 민감증도 위험하다’(핵실험 이후)는 투로 일관해왔다. 대통령이 이러는데도 정부 대책이 왔다갔다하지 않는다면, 이러고도 동맹국들이 대한민국을 수상쩍은 눈길로 쳐다보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미국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문제 삼는 것은 방자한 내정간섭’이라는 집권당 국회 통일외교위원장의 발언도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다. 말은 미국 얼굴 쳐다보며 미국한테 부치고 손은 남쪽으로 내밀어온 북한의 이중책략에 말려든 결과다.
20년도 더 거슬러 올라가는 북핵 역사를 잠깐만 훑어봐도 분명하다.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핵을 넘보고 핵개발을 본격화한 80-90년대는 남·북의 체제 경쟁이 결판나던 무렵이다. 그때 이미 북한은 남·북 체제 간의 우열을 도저히 뒤집을 수 없다고 손을 든 것이다. 북한의 핵 의존 심리 바닥에는 이런 국가적 무력감과 절망감이 깔려 있다. 거기에 겹친 것이 90년의 공산권 붕괴다. 북한 핵 개발의 결정적 동기는 대한민국의 성공 앞에 선 북한의 절망감이라는 말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한다고 믿는 진짜 적은 미국이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다. 북한도 미국이 체제를 보장한다고 해서 아래로부터 무너지고 있는 북한 체제가 언제까지 온전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핵무기의 과녁 역시 성공한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다.
지금 남쪽의 국가 GDP가 7875억 달러, 1인당 GDP가 1만6000 달러이고 북쪽은 208억 달러와 914 달러다. 이 수치조차 북한의 현실을 부풀린 것이라 해서 통일원과 한국은행이 다시 추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절망감과 무력감이 80-90년대보다 짙어졌으면 짙어졌지 묽어졌을 리가 없다. 바로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의 보복을 불러올 줄 뻔히 알면서도 핵 묻은 손을 씻지 못하고 핵에 다시 손을대는 것이다.
북핵 대응의 출발점은 북핵의 당사자와 피해자는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 인식의 대 전환이다. 그러나 요행히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다 해도 집권세력·집권당의 생각이 바뀐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14.1%의 국민 지지를 받는 열린 우리당 국회의원조차도 12.9%의 국민 지지를 받는 대통령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당장 대통령의 국민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 급한 이유다.
그 바탕 위에서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수령체제 보위를 위한 핵실험이 수령체제의 목숨을 재촉할 뿐이라는 분명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남쪽의 분열된 틈을 비집고 ‘민족끼리’라는 불씨를 심어보려는 허황된 생각에도 쐐기를 박아야 한다. 대통령의 이런 말에 힘이 실리려면 그 말에 대한민국 국민의 총의가 담겨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12.9%의 국민 지지로는 엄두를 낼 수 없다.
북한 핵이 만성화될수록 국익을 지키기 위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외 설득력이 중요해진다. 대통령의 대외 설득력은 그 대통령이 자국 내에서 누리고 있는 국민의 지지와 일정한 상관관계에 있다. 대통령의 국내 위신이 높으면 동맹국을 향한 발언권도 그만큼 높아가고 국익을 지키는 힘도 그만큼 강해진다. 반대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으면 모든 것이 거꾸로다. 대통령 지지율 12.9%는 너무나 위험한 숫자다.
지금 대한민국의 제1과제는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국민 지지를 높이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다. 국민한테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먼저 국민 쪽으로 다가서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