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고민 중 하나는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었다. 당내에는 여전히 오 시장에 대해 '준비가 덜 된 시장' '강단이 없다'는 인식이 컸다.

    이런 인식 속에 오 시장이 첫 국감을 맞게 되자 '여당의 파상공세를 잘 넘길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무엇보다 당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흠집내기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오 시장이 이런 여당의 파상공세에서 이 전 시장을 얼마만큼 보호해줄 수 있을 지에 큰 관심이 쏠렸다.

    서울시 국감을 준비하는 한나라당 보좌진 입에서는 "어차피 국감의 초점은 취임 4개월도 안된 오 시장이 아니라 이 전 시장의 주요추진사업에 맞춰질 텐데…" "오 시장이 이 전 시장과 관련된 여당 공세에 답변 한 마디라도 잘못하면 이 전 시장에겐 타격이 될 것" 등의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이런 우려는 사라졌다. 24일과 26일 두 번의 국감을 치른 오 시장은 여당 의원들의 공세를 여유있게 받아쳤다. 26일 국감 말미에 지방선거 당시 받은 후원금에 대한 공격을 받을 때는 제외하고는 큰 소리 한번 치지 않았다. 

    논란이 된 '은평 뉴타운 고분양가'과 이에 대한 해법으로 오 시장이 내놓은 '후분양제'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맹공에도 오 시장은 "후분양제가 앞으로 길게 보면 우리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며 강하게 맞섰고 구체적인 팩트가 없는 공세에는 발언 중간에 서울시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자료와 수치까지 제시하며 반격하는 등의 모습도 나타냈다.

    자신의 후원금 문제를 지적하며 오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대표상품이던 '오세훈 법'을 오 시장 스스로 어겼다고 주장하는 여당 의원의 공세에는 "공적인 장소에서 그런 지적을 하려면 확실한 정황을 갖고 질의해야 한다"고 충고까지 해 질문한 여당 의원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아닌 타 정당 의원들은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오 시장을 비판했지만 정작 본 질의에선 오 시장을 "사명감과 열정이 충분한 분"이라며 치켜세우는 모습도 연출됐다.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4개월 여동안 오 시장은 정신없이 달려왔다. 오전 5시 30분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주변의 평가는 아직 낮다. 26일 한 일간지에는 '오세훈 브랜드가 없다'는 칼럼까지 실리며 자존심도 적잖이 상했을 법하다. 그러나 오 시장은 취임 4개월여만에 맞은 첫 국감에서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 국감을 마친 서울시 관계자들도 오 시장의 첫 국감에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이번 국감에서 "임기 내 가시적 성과에 급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단 현재 서울시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부터 해결하고 자신이 구상하는 '문화와 환경이 어우러진 도시'를 만들어 서울의 경쟁력을 세계 10대 도시로 진입시키겠다는 것이 오 시장의 생각이다. 워낙 업적이 뚜렷한 이 전 시장의 그늘에 가려 아직 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지만 오 시장 역시 이번 첫 국감을 통해 점차 '오세훈 브랜드'를 인식시켜 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