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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20일 열린 제3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는 한미동맹 악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국민의 안보불안만 키운 최악의 회의였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한국측은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2009년 10월15일 이후 2012년 3월15일보다 늦지 않은 시기’로 합의함으로써 끝내 전작권 단독행사를 반대해온 국민 절대 다수의 의견을 외면해 버렸다.
그러면서도 미국측이 요구한 2009년보다는 한국측이 주장한 2012년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 여전히 SCM이 성공한 회의인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 실험으로 인해 한반도 위기가 증폭돼 있는 상황일 뿐 아니라, 전작권 단독행사와 한미연합사 해체에 따른 천문학적인 국방비 부담 등을 감안해 볼 때 이양 시기가 2009년이든 2012년이든 ‘감당 불가’아닌가. 한마디로 이번 회의는 1954년 11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발효된 이후 52년간 지속돼 온 한미동맹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 저류(底流)처럼 확산되고 있는 반한 감정과 ‘군사주권 회복’이라는 한국측의 부질없는 명분이 서로 맞아 떨어져 낳은 ‘누더기’ 합의에 불과하다.
한국측은 미국측의 핵우산 제공 부분과 관련해서도 ‘확장된 핵우산’을 미측으로부터 보장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공동성명에서는 ‘확장억제의 지속’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매듭을 지었다. 한국측이 회의 전보다 구체적인 미국의 핵우산 확보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더니 미측의 반대로 한국측 입장 관철이 어려워져 북 핵실험 이전과 별로 차이가 없는 ‘속 빈 합의’에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노무현 정권은 한미동맹의 불협화음을 자초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한미연합사 체제를 이런 지경의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번 SCM 결과는 한반도 안보를 최악의 위기에 빠뜨린 노 정권의 최대 과오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