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에게 호남은 역시 '호남'이었다. 10·25 재·보선 지원유세를 위해 18일 전남 화순 지역을 찾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반긴 것은 500여명(한나라당 추산)의 시민들이었다.

    호남지역에서 치러지는 선거의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 현장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에 대한 호남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고무적인 평가도 가능하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유세현장을 지켜본 화순군민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이날 박 전 대표의 유세현장은 다른 지역의 박 전 대표 유세현장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박 전 대표의 유세엔 매번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청중들이 몰린다. 곳곳에서 터지는 환호성과 박수갈채는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유세현장엔 이전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유세현장인 전남 화순의 읍사무소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 군민들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관심보단 단순히 박 전 대표를 보기 위해 모인 측면이 강해보였다. 모인 군민들도 '그나마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500여명이라는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박근혜 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박 전 대표 개인에 대한 호남지역 사람들의 관심은 여타지역과 마찬가지로 높아 보였다. 유세현장에 온 사람들 대부분 "박근혜 보러왔다" "박근혜 보고 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팬이다" 등 '박근혜 때문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타 후보측 자원봉사자까지 지원유세를 마치고 군민들과 악수하는 박 전 대표를 찾아와 '박근혜 화이팅'을 외칠 정도로 그의 대중적 인기는 호남에서도 상당해 보였다. 

    40대의 한 남성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세이후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것 같다"고 했고 60대의 한 아주머니는 지충호의 테러사건을 상기시키며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반겼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박근혜 개인에 대한 관심을 보였을 뿐 한나라당에 대해선 여전히 냉담한 모습이었고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듯 했다. 한나라당의 임근옥 화순군수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위해 단상에 오른 박 전 대표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타지역 유세현장과 달리 노 정권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날 호남의 반응은 달랐다. 노 정권 실정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이런 정권에 나라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느냐"는 박 전 대표의 외침에 호응하는 사람은 '기호2번'이 적힌 한나라당 선거운동복을 입고 있는 몇명에 불과했고 박수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박 전 대표 유세도중 '화순방문을 환영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이순신 장군 복장에 말을 탄 40대 한 남성의 등장으로 청중들 관심이 일순간 그쪽에 쏠리며 유세흐름이 깨지기도 했다. 40대로 보이는 익명의 이 남자는 '박 전 대표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유세를 마친 뒤 유세현장 근처 군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박 전 대표 뒤를 따른 사람들도 과거 호남이 아닌 타지역에 대한 지원유세때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이동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그래도 박근혜니까 이 정도 온 것"이라고 말했다. 

    화순 지원유세를 마친뒤 박 전 대표는 곧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으로 유세장소를 이동했다. 신안의 유세현장 분위기는 화순과 달리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신안의 경우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박 전 대표를 보기 위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박 전 대표의 팬 클럽인 박사모에서는 유세지원차 서울에서 10명 호남에서 10명등 20여명을 보냈으며 이들은 많은 사람이 모여들자 박 전 대표를 경호하는 '과외업무'를 맡기도 했다.[신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