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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상대로 진행된 북한 핵실험 관련 긴급현안질문 마지막 날인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북핵 사태를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첨예한 신경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 연출됐다.
열린당은 3일 동안 진행되는 긴급현안질문에 대해 “차라리 그 시간에 장관들이 참모들과 대책논의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등 ‘시간낭비’라는 반응을 보이며 그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마지막 긴급현안질문을 앞둔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마주친 열린당 의원들은 “3일은 너무 길다. 했던 말 또 하고 지겹다”는 말을 인사 대신 하기도 했다.
긴급현안질문에서 정부·여당에 공세를 퍼부으며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따지는 한나라당에 대한 열린당의 곱지 않은 시선은 이날 본회의 개회시작부터 여야 충돌을 불러왔다. 열린당 출신의 임채정 국회의장이 의총 때문에 ‘지각’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호통’을 치고 이에 발끈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퇴장해 버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당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여야간 의견차로 채택하지 못했던 대북결의안의 합의점을 찾고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러나 대북결의안에 대북지원 중단 내용이 빠진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의총이 길어졌고 결국 한시간 가량의 내부 진통을 겪은 뒤에야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본회의 개회를 위해 한 시간을 기다린 임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중차대한 사안의 긴박성을 감안해 국정감사를 연기하면서까지 실시하는 본회의가 어느 한 당의 의원총회 때문에 한 시간이나 미뤄진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발끈하며 임 의장의 사과를 요구했으며 결국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해 버렸다. 임 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긴급현안질문을 진행시켰다.
본회의장을 빠져 나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의장 부하직원이냐”(이군현) “우리는 열린당이 의총한다고 해서 두시간도 기다렸는데 동네 깡패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냐”(박종근) “대북결의안 이전에 의장규탄결의안부터 내야 하는 것 아니냐”(박형준 의원) 등 분을 삭이지 못했다.
예결위회의장에서 임 의장의 사과를 기다리며 임시로 진행된 의총에서 이해봉 의원은 “국회의장이든 상임위원장이든 장(長)의 역할은 싸움을 막고 갈등은 푸는 것이다. 오늘 임 의장은 오히려 싸움을 붙였다”며 “임 의장의 학력·경력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자격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온 동네를 다니며 싸움을 붙이더니 의장도 대통령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형오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심정 충분히 안다. 하지만 우리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임 의장의 사과를 꼭 받아내겠으니 일단 들어가자”고 소속 의원들을 달랬다.
결국 예정된 개회시간보다 한 시간이 더 지난 4시에야 정상적인 긴급현안질문이 진행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