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화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던 노 대통령이 북핵실험 사태에 대해서만은 핵심의 외곽을 빙빙 돌면서 비비꼬는 짓을 한다는 비판이다.
한나라당은 11일 노 대통령이 북핵실험에 대해 간접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것은 “상황을 대충 얼버무려 넘어가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 다녀온 한나라당 ‘투톱’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화법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강 대표는 “노 대통령의 말씀은 한 문장 내에서도 여러 번 비틀어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내각총사퇴하고 당장 외교·안보라인을 문책하라고 요구했을 때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전장에서 말을 바꿔 타지 않는다고 했다. 바꾸겠다는 말인지 바꾸지 않겠다는 말인지 애매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추측하건대 상황을 대충 얼버무리다가 유야무야 넘기고 싶은 애절한 심정인 듯하다”며 “말(내각) 자체를 갈기 힘들면 말굽이나 안장(외교·안보라인)이라도 갈아야 하는 것 아니냐. 움직이지도 못하는 쓸모없는 말을 계속 타겠다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비트는 용어로 위급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노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든지 국회에 나와서 잘못했다고 사과하든지 이번 사태에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외교·안보라인을 분명하게 교체하고 대북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밝혀라”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핵폭탄’이라는 중대한 위협상황에서 누구도 알아듣기 힘든, 선문답도 아니고 이중삼중 교착어를 사용해 가면서 국민을 헷갈리게 했다”며 “이런 식으로 (북핵실험 사태를) 어물어물 넘기면서 국민 불안만 가중시킨다”고 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다른 현안에 대해서는 독선적이라고 할 정도로 분명하게 상대방을 말로 제압했는데 유독 북한 문제만 나오면 말꼬리를 흐리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대북제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