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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집권 희망'의 양축인 박근혜-이명박 두 차기 대선주자가 대권 발걸음을 떼면서 '강재섭 체제'는 자칫 당의 힘이 두 사람에게 급격히 쏠릴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
'강재섭 체제'가 과도기를 벗어나 이제 안정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두 유력 대선주자의 '출마 선언'은 강재섭 체제의 당 장악력을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강재섭 대표로선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두 대선후보의 선언이 부담스런 모습이다.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대표최고위원실에 모인 한나라당 지도부의 표정은 다소 맥이 빠진 듯 했다. 전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민심대장정에 동참하며 바쁜 주말일정을 소화한 강 대표와 당 지도부는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당직자들간에도 '피곤해 보인다'라는 말을 인사말로 주고받을 정도.추석명절과 노인의 날을 맞아 이날 역시 봉사활동을 해야하는 지도부에는 두 대선주자의 출마선언이 크게 달갑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강 대표는 '노인의 날'을 맞아 정부·여당에 노인들의 노후대책과 생계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발언만 짧게하고 마무리했다. 그는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마무리되는 듯 하자 "오늘은 봉사활동이 있어 회의를 빨리 끝내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형오 원내대표는 박-이 두 대선주자의 출마선언을 거론하며 "내년에 이들을 중심으로 대선에 승리해 정권교체를 이룩하려면 금년에는 정기국회에 치중해야 한다"며 당의 조기대선과열 조짐 분위기를 경고했다. 이어 "국민들은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고싶어하고 이를 통해 확실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내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둘러싼 논란을 지적하며 "오픈프라이머리는 내년에 논의해도 충분하다. 지금은 민생과 무너지는 서민경제를 챙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을 향해서도 "지지율 10%대인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은 이미 정치적으로 실패했다. (여당이)국민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당장 청와대에 '전효숙 카드'를 버리라고 건의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의 두 유력 대권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고 언론사의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가 발표되는 등 분위기가 급속히 대선국면으로 전환되는 분위기지만 이날 회의장에 모인 당직자 어느 누구도 대선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묘한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