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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에 출연해 주요 쟁점 현안에 대해 쏟아낸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또 한 번 정치권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28일 노 대통령의 ‘MBC 100분 토론’에 대해 “알맹이 없는 빌 ‘백(白)’, 편 가르기 하는 나눌 ‘분(分)’의 ‘백분(白分) 토론’이었다”고 혹평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전효숙 파동’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환수’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에 격분하면서 강재섭 대표의 반론권을 거듭 요구했다. 노 대통령이 전작권 단독행사를 막기 위한 한나라당 방미단의 외교활동을 “판 깨기”로 평가절하하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도 철회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면서 한나라당의 임명철회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기 때문이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한 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에게 집중포화를 쏟아 부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여러 말을 했지만 한마디로 미래의 희망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못한 실망스러운 입장 뿐이었다”며 “감정조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라는 말도 반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의 방미 외교활동을 ‘판 깨러 왔다’고 하지를 않나, 국회가 FTA활동에 놀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노 대통령이 국회와 의원들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 단적으로 드러낸 실망스러운 표현”이라며 “자기주장을 독선으로 관철시키려는 노 대통령의 태도는 국민에 대한 겸손함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은 ‘전효숙 파동’에 대해 전 후보자 임명 절차를 다 보완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는데 잘못된 생각”이라며 “‘전효숙 파동’은 임명 절차 위반, 헌법 위배, 전 후보자의 자질 문제 등 삼중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기에 국회에서 정치적인 타협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거나 노 대통령이 임명 철회하는 길밖에 없다”고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구중궁궐인 청와대 안에서는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100분 토론은 국민과 전혀 동떨어진 것이었다”며 “헌재소장 임명은 대통령 고유권한이긴 하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이기에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전 후보자 임명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높음을 강조했다.
방미단 일원으로 두 차례나 한나라당의 대미 외교활동에 참여했던 황진하 국제위원장은 “판을 깨는 장본인은 노 정권이다. 미국 조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안보를 걱정해 미국에 다녀온 의원들에게 판깨기 했다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불쾌해 하면서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귀담아 듣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오만함이 묻어난 언급”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과거 독재에 찬성했던 사람들만 애국한다는 오만은 나라의 걱정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노 대통령 발언은 한미동맹과 안보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독재를 찬성했던 사람으로 매도한 것”이라고 격분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국회브리핑에서 “어제 100분 토론은 ‘백분 토론’의 ‘백’자가 알맹이 없는 빌 ‘백(白)’에, ‘분’자는 편 가르기 하는 나눌 ‘분(分)’을 쓰는 ‘백분(白分) 토론’이었다”며 “시청률이 4.4%에 불과했다는데 대다수 국민이 외면한 전파 낭비였으며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뺏아간 방송이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이어 “방송에서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국정을 운영하면서 야당 이야기도 들어야 하는데 노 대통령은 감나무의 까치밥까지 모두 따 버리는 것은 물론, 야당 말대로 될까봐 무서워 감나무 자체를 뽑아버리는 느낌이었다”고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