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정보 침해" vs "공익"박민영·홍준표 "여론 조작"친한계는 '위법 공개' 반발가족 실명·탈당 시점까지 공개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정상윤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정상윤 기자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제기된 '당원게시판 논란'의 중간 조사 결과를 공개하자 당 안에서는 실명 공개의 적절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과 함께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동시에 분출하고 있다. 당원 실명·소속·탈당 시점까지 공개한 발표를 두고 "개인정보 침해"라는 반발과 "공익적 필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박이 맞서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전날 긴급 언론 공지를 통해 "당원 명부 확인 결과 한 전 대표의 가족 이름과 동일 이름을 사용하는 A 씨, B 씨, C 씨는 같은 서울 강남구병 선거구 소속"이라며 "휴대전화 번호 끝 네 자리가 동일하고 D 씨는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된다. 위 4인의 탈당 일자가 (지난해 12월 16~19일로) 거의 동일한 시기"라고 중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당원게시판 논란의 본질을 '여론 왜곡' 문제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10일 페이스북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의 핵심은 당심 왜곡을 통한 자가발전식 여론 조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 대표와 그 가족들이 당원게시판에 대통령 부부와 자당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측근들이 당심으로 포장해 언론에 공표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사를 패널들이 다시 논평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당 대표가 부당하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해 대통령 부부와 자당 정치인들을 공격한 게 사실이라면 그것만으로 정당사 유례 없는 만행이자 용서받지 못할 내부 총질, 해당 행위"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서 한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해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온 가족을 동원해 비열한 작태를 숨어서 저지른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조폭과 같은 양아치 행태"라며 "그런 자는 정치권에서 영원히 퇴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개인정보 침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익적 필요에 따른 정보 공개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개인정보라는 개념은 단순히 '정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정보로 보호받으려면 정보 자체가 특정성을 지니고, 그 대상이 되는 '개인'의 권리가 보호할 가치가 있으며, 보호를 통해 얻으려는 사익이 공익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정보 보호는 인격권·프라이버시권·자기정보통제권을 존중하려는 장치"라면서 "보호는 절대적 가치가 아니며 공익적 필요가 우월하게 드러나는 상황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중앙당사. ⓒ이종현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중앙당사. ⓒ이종현 기자
    반면 친한(친한동훈)계와 일부 의원들은 당무감사위 발표를 두고 "개인정보 침해"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지도부를 향해 "익명의 당원게시판을 가지고 표적으로 어떤 정치 보복을 하는 인식을 주는 일은 안 된다"고 언급했다.

    정성국 의원은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 "당무감사위원장이 개인 명의로 아마 보낸 걸로 알고 있는데 당무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중간 발표를 한 거라 봐야 하는데 당헌·당규에 맞는지를 한 번 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무감사위원회라서 본인들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 아니다"라면서 "위반·위법 지시는 없는지 검토 중에 있고, 지금 계속 나오고 있는 부분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그리고 정당법 위반에 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박정훈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익명 게시판이 왜 있겠느냐"면서 "정당법에 보면 열람을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익명 게시판을 들여다본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면서 "고발이 이미 돼 있다. 형사 처벌을 피해 갈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정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건 인격 살인"이라며 "'실제 작성자 확인 절차 진행 중'이라면서 가족 이름과 동일 이름이라며 자녀의 이름까지 거론했다.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이자 민주적 절차와 정당 운영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적었다.

    우재준 의원도 "당원의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 따라 보호되는 정보이며, 무단 유출 시 개인정보보호법 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라며 "도대체 무슨 법적 근거로 당원 정보를 함부로 공개한 것인지 설명하시기 바란다. 충분한 설명이 없을 시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전산 시스템 오류에서 비롯됐다. 실명 인증을 거쳐 이용하는 당원게시판은 원래 게시자 이름이 성을 제외한 형태로 익명 처리되지만, 당시 작성자명을 검색하면 실명이 그대로 노출되는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이를 통해 '한동훈'이라는 이름을 검색하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방하는 게시글들이 다수 확인됐고, 이어 한 전 대표의 배우자·장모·장인·딸과 동일한 이름의 작성자 계정들도 연속적으로 발견되면서 논란이 급속히 확산됐다.

    해당 게시글 캡처 화면은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동명이인인지, 실제 가족 계정인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편, 해당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의 연속적인 탄핵 추진과 예산안 대치,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도입 압박이 동시에 전개되던 국면이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11월 '당원게시판 사건'이 불거졌고, 이후 정국은 급속히 긴박해졌다. 같은 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후 정권을 둘러싼 정치적 격랑은 수그러들지 않은 채 이어졌다. 결국 2025년 4월 4일 윤 전 대통령은 탄핵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