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외연 확대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뉴라이트 진영과의 교감에 적극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한나라당과 ‘멀게만 느껴지는’ 젊은이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는 27일 국회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20대가 말하고 정치인이 듣는다’는 주제의 ‘제1회 정치 스피치 대회’를 개최했다. 당내 대학생 디지털정당위원회인 ‘블루엔진(www.blueengine.co.kr)’이 주관한 것으로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대로 묻어났다. 친구들에게 “수구꼴통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왕따’를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커밍아웃’한 대학생들은 한나라당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대학생으로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수구꼴통’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푸른불꽃’팀의 이정은(숭실대 정치외교학과)씨는 “절대다수의 대학생들 사이에서 한나라당의 이미지는 여전히 ‘수구꼴통’이며 절대적 혐오집단으로 낙인찍혀 있다”며 ‘이미지메이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푸른불꽃팀은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원숙한 중년신사’의 이미지와 어느 정당보다 국가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가 축적된 ‘상식 정당’의 이미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수구꼴통’ 이미지를 벗고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대학생 문화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장학프로그램 개설 ▲대학별 동아리 활동 지원 등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기도 했다.

    당 대표에 대한 비판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감성정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서영남(경희대 석사과정)씨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축사에서 “평상시에 돼지저금통을 집어 던지고 해서 신선한 것처럼 보이는 정당이 이벤트만 잘하지 실속을 들여다보면 한나라당보다 비서민적”이라고 한 말을 지적하며 “강 대표가 그런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 대선도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서씨의 비판을 듣던 김형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전효숙 사태’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처방식을 비판하는 날선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영(경희대 언론정보학부)씨는 “헌법소원이 제기됐을 때나 가끔 등장하던 헌법재판소가 주요 정치적 현안마다 주목받더니 급기야 헌재소장 인준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한나라당의 지금의 모습은 국민에게 ‘어린 아이가 생떼 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치는 헌법이 아닌 정치 논리로 풀어 나가야 한다”며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의석수 타령이 아닌 정신개조다. 한나라당은 ‘안 되면 법으로’가 아니라 ‘안되면 될 때까지’라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유영은·윤수호씨 팀은 들판에서 데이지꽃잎을 떼면서 숫자를 세는 한 소녀의 모습에 이어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이 뒤덮이는 장면이 나오는 1964년 미국 린든 존슨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대선 광고를 보여주면서 광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이지꽃’ 광고는 단 한 차례만 방송됐지만 그 효과는 엄청났다고 설명한 이들은 “한나라당은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전략에만 매달린다”며 “정치광고를 통해 저질 포퓰리즘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대중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회는 블루엔진이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대학생이 진단하는 한국 정치’라는 주제로 받은 칼럼들 중 예선을 통과한 20편을 작성한 팀의 프레젠테이션을 겸한 스피치 대회 본선이었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한나라당 김명주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비롯해 이상철 성균관대 교수, 현경보 SBS 기자 등 교수와 현직 언론인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준 점수와 블루엔진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네티즌 칼럼 심사 결과를 합산해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