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상승이 한나라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5.31지방선거 이전 1∼2%대에 머물던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100일 민심대장정 막바지에 다다른 현재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5%대에 육박할 정도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와 리서치앤리서치(R&R)의 최근 1개월동안 대선주자 선호도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오차범위내 각축과 고건 전 국무총리의 하락세라는 공통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또 정당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이 바다이야기 사건, 노무현 정권의 인사문제,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논란 등 각종 호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폭 하락을 이어갔다.

    ◇ 손학규 올라가면 이명박에 불리? =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각각 20% 중후반대의 지지율를 기록하며 엎치락뒤치락 순위바꿈을 이어온 가운데, R&R조사에서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면 이 전 시장이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차기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선호하는 주자를 2순위까지 매겨본 조사에서, 손 전 지사를 2순위로 꼽은 응답자들 중 이 전 시장을 1순위로 답한 측이 10.6%로 박 전 대표(8.6%)보다 높았다. 이 전 시장측 지지자들이 손 전 지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박 전 대표의 경우보다 다소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최근 한달간 각 기관의 조사결과는 이같은 분석이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R&R조사결과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 20일(4.8%) 이 전 시장은 25.2%의 지지율로 선두를 차지했다. 이 전 시장이 보인 지지율은 이 기간 동안 4회에 걸친 조사결과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리얼미터조사에서도 손 전 지사가 가장 높은 4.8%를 기록한 지난 14일 이 전 시장 역시 28.0%로 가장 많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손 전 지사가 가장 낮은 3.7%를 얻은 지난달 31일의 경우에도 이 전 시장은 27.9%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 큰 상관관계를 나타내진 못했다. 손 전 지사의 지지율 등락은 당 지지도 변화와도 무관했다.

    ◇ '손학규 띄우기' 당내 입지 강화 = 박 전 대표, 이 전 시장 두 대선주자 지지율의 단순 합계는 50%를 상회했지만, 당의 지지율은 40%대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이 때문에 소장파를 중심으로 '손학규를 띄워야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는 주장이 인다. 또 손 전 지사의 합류가 '당 분열'을 막는 최선의 방어책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는 지난 5일 손 전 지사의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려 '진정한 지도자'로 치켜세우며 "집권을 위해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3인의 균형잡힌 구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장파 의원을 비롯한 당 소속의원 30여명이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에 동참했을 만큼 당내 관심도 높다. 손 전 지사측도 '당내 입지'가 넓어지는 현상이 반갑다. 손 전 지사측 관계자는 "꼭 소장파와의 연대라기보다는 많은 의원들이 손 전 지사의 정치철학에 동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지원에 이어 최근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도 손 전 지사에 힘을 실어줬다. 김진홍 상임의장은 전국연합 지도부를 이끌고 지난 20일 민심대장정 현장을 찾아 격려했다.

    ◇ 지지율상승, '제로섬' 아닌 '플러스 α'되야 =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은 내달 7일이면 100일을 채우게 된다. 현재의 5%가량의 지지율은 민심대장정이 끝나면 10%대에 오를 것이라는 손 전 지사측 당초 기대에는 못미치는 결과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고 전 총리를 제외한 여권인사들을 하나둘 따돌리며 4위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최근 여권에서 '연대설'을 흘리며 '손 전 지사 흔들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손 전 지사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손 전 지사가 10%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을 잠식해야한다는 분석과, 이와는 별도로 손 전 지사가 여권과 중도성향 무당파의 지지를 끌어내야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전자는 한나라당의 지지율 한계로 인해 3자가 제로섬 게임을 펼친다는 배경에서, 그리고 후자는 '중도개혁성향'이라는 손 전 지사의 이미지가 한나라당에 전통적 지지세를 넘어 '플러스 α'를 가져와야한다는 기대에 기인한다.

    손 전 지사는 민심대장정 이후 서울로 돌아와 그동안 수첩에 쌓아온 민심의 소리와 현장의 체험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대선캠프가 아닌 '연구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정리해 '새 정치선언'을 할 계획이다. 또 1차 민심대장정에서 미비했던 점을 보완, 대도시를 중심으로 탐방하는 2차 민심대장정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