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하면서 대권행보를 재촉했다. 박 전 대표는 그 출발의 포커스를 ‘경제’와 ‘박정희’에 맞췄다. 박 전 대표가 대표 퇴임 이후 첫 공개특강 자리인 21일 한국엔지니어클럽 초청 강연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로 가득 찼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털에서 ‘21세기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학기술정책 기조’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박 전 대통령이 이야기의 중심을 차지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 시절 경제 일선에서 활동했던 기업인들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많은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엔지니어클럽 이윤우 회장은 강연 시작에 앞서 박 전 대통령과 클럽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1974년 클럽 설립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쓴 휘호 ‘과학기술은 조국근대화의 기수’를 동판으로 제작해 박 전 대표에게 선물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박 전 대표도 자연스럽게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업적을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제 살리기 해법을 제시했다. ‘아버지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본 박 전 대표이기에 이를 ‘박근혜식 리더십’으로 승화시켜 파탄난 국가 경제를 되살리고 대한민국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대권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제3자 입장에서 ‘박정희 리더십’을 논했다면 박 전 대표는 ‘박정희=박근혜’라는 등식 안에서 ‘박정희 이미지’를 차용했다.

    퇴임 후 한달 가량의 휴식기간 내내 경제 서적을 탐독하며 ‘경제 공부’를 해온 박 전 대표는 이날 강연 내내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선진한국의 미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에 달려 있음을 역설했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경제성장 방식이 그 기저에 깔려 있었다. 이 전 시장에 비해 ‘경제’ 이미지가 약한 박 전 대표가 기업인들을 상대로 경제에 대한 특강을 대권 행보의 출발선으로 선택한 것이다. 


    "30,40년 전 아버지가 이뤄놓은 국가산업단지가 대한민국 먹여살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경제 대통령’을 꿈꾸는 이 전 시장은 경영학 전공이다. 박 전 대표는 “전자공학과를 선택한 것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께서 어떻게 하면 나라를 살리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킬까 고민하던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전자공학을 공부했던 것이 정치하는 데도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965년 월남 파병할 때 아버지가 미국 존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존슨 대통령이 파병하는 대신 어떤 지원을 원하느냐고 질문했을 때 아버지는 다른 어떤 것보다 키스트(KIST)를 지어달라고 했다”며 “그만큼 조국 근대화를 이루는데 과학기술 확보가 핵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나에게도 그런 제안이 온다면 첨단 연구시설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박 대표의 발언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이어 ‘아버지 박정희 시대’에 이뤄 놓은 “국가산업단지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30, 40년전에 구미·창원·포항·울산 등에 산업단지공단을 조성해 전자·기계·철강·자동차·조선 등 중화학공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서 국가경쟁력을 이끌었지만 지금은는 30~40년 뒤 먹고 사는 문제에 제대로 준비하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다. 성장 엔진은 꺼져가는데 미래 경쟁력을 기르는 투자는 소홀히 한다”는 노무현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이다. 

    이공계 출신 강조한 박근혜 "과학기술 중심국 되려면 지도자 관심·의지 중요"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선진화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다”고 강조한 박 전 대표는 그 방법으로 ▲차세대 대학과학기술인 10만명, 초인류 인재 5000명 양성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정부 특별 지원 ▲국책 연구소에 대한 자율성 보장 ▲중소기업·지방도시의 과학기술 능력 육성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성장엔진을 가져야 하느냐는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 사회 전반 분위기가 과학기술을 우대하고 과학기술 중심국가가 되려면 지도자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다. 그러나 단순히 일자리만 늘리는 것으로 경제성장이 이뤄지기는 힘들고 불가능하다. 외교·안보·사회 등 모든 분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선 나라가 안정되고 그 바탕 속에서 자유를 확대한 새로운 경제정책을 펼 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근본적 국가 이념·가치가 흔들리면 과학기술이 꽃피울 수 없다. 모든 것을 바로잡고 국가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

    ‘박정희 향수’에서 시작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으로 이어진 이날 강연은 ‘국가 정상화’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