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섭단체의 ‘설움’을 이야기하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정국을 얼어붙게 한 ‘전효숙 파동’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비교섭단체 야 3당(민주·민노·국민중심당)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이를 처리해야 하는 열린우리당,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모두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효숙 파동’이 길어질수록 비교섭단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간도 길어졌다. 특히 야 3당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11석)과 민노당(9석)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로 전운이 감돌던 19일 국회, 언론의 관심은 동의안 직권상정을 저지하려고 본회의장 국회의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도, 임채정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여부를 저울질하던 열린당도 아니었다.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여야 합의처리’라는 원칙 하에 열린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한 비교섭단체 야3당이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단상을 점거한 본회의장에는 ‘돌발 상황’에 대비한 기자들 몇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대부분의 국회 출입 기자들은 2층 귀빈식당에서 진행되던 야3당 원내대표 회담에 주목했다.

    제1야당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를 불러 ‘여야 합의처리, 19일 본회의 미처리, 정당한 절차 거친 뒤 본회의 회부시 한나라당 적극 참여’라는 3가지 중재안을 제시한 야3당은 한나라당이 최고·중진연석회의를 통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이번에는 집권여당 열린당 김한길 원내대표룰 회담장으로 불러들였다. 야4당 원내대표 회담 결과를 전해 듣고 나온 김한길 원내대표는 “비교섭단체 야 3당의 중재안을 한나라당이 확실히 거부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한 야 3당의 입장이 정리되면 우리 입장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야3당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집권여당의 방향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거대 두 정당 원내사령탑을 불러들이며 3시간 동안 진행한 야3당 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이상열 대변인, 민노당 권영길 원내대표와 박용진 대변인 주변에는 기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장시간 회담에서 내린 결론은 “야 3당은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여야 합의처리를 위해 열린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중재 역할을 지속한다”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 3당 중 어느 곳의 도움없이 열린당이 단독으로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 상정해 처리하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한나라당도 사상 초유의 헌법재판소장 공백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야 3당의 중재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전효숙 파동’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되기 전까지 야 3당의 몸값은 상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야3당 공조 유지”라는 이들의 각오가 비단 정국의 안정을 위한 것만으로는 들리지 않는 이유다.